“빼앗은 게 아니라 바꿔 입어” 진술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사건 가해자 4명 중 구속 당시 피해자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던 1명이 경찰에서 “점퍼를 빼앗은 게 아니라 바꿔 입은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해 점퍼를 빼앗은 것으로 보고 공갈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19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중학생 A(14)군을 집단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구속된 중학생 4명 중 1명인 B(14)군은 경찰 조사에서 A군이 숨지기 이틀 전인 11일 자신의 집 앞에서 점퍼를 바꿔 입은 것이고 강제로 빼앗은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 그는 구속 당시 A군의 베이지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A군 점퍼가 B군이 A군에게 줬다는 점퍼에 비해 고가였던 점 등을 토대로 빼앗은 것에 무게를 두고 공갈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군이 A군 점퍼 대신 자신의 싸구려 점퍼를 준 것으로 파악됐는데, 보강 수사를 통해 점퍼를 바꿔 입은 방법이 강제적이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군 등은 변호인을 선임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18일 A군 점퍼를 B군으로부터 임의 제출 받아 압수했으며 절차에 따라 유족에게 돌려줄 방침이다.
A군은 13일 오후 5시 20분쯤 인천 연수구 15층짜리 한 아파트 옥상에서 B군 등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뒤 추락해 숨졌다. B군 등은 A군이 B군 부모를 욕했다는 이유로 이날 오전 2시 컴퓨터(PC)방에 있던 A군을 공원으로 끌고 가 폭행하고 14만원 상당 전자담배를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들 진술과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A군이 폭행을 피하다가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것으로 보고 B군 등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추가로 공동공갈 및 공동상해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피의자들에게 입은 추가 피해나 피의자들의 추가 학교 폭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 중이나 아직까지 특별히 밝혀진 것은 없다”라며 “A군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부검의 1차 소견으로 숨진 상태에서 시신이 던져졌다는 정황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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