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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인증 몰카 피해자 “일베, 수사 빠져나갈 방법까지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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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인증 몰카 피해자 “일베, 수사 빠져나갈 방법까지 공유”

입력
2018.11.2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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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의 여친 몰카 사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 처벌을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 19일 올라온 이 청원에는 21일 오전까지 14만여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의 여친 몰카 사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 처벌을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 19일 올라온 이 청원에는 21일 오전까지 14만여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일베) 게시판에 불법촬영 영상과 사진들이 올라와 파장이 일고 있다. 경찰의 수사 착수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의 게시물은 대부분 삭제됐지만 피해 여성들은 인터넷에 영상과 사진들이 추가로 유포되지 않았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일베 회원은 혐의를 벗는 방법 등을 게시판에 올리며 경찰 수사에 대한 대응 방법까지 공유하고 있다.

18일 새벽부터 일베 게시판에는 ‘여친 인증’이란 제목으로 여성을 몰래 촬영한 사진들이 수십 건 올라왔다. 일상생활 중 촬영한 것부터 숙박업소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노출 사진까지 있었다.

이 사건의 피해자 A씨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A씨가 자신의 사진을 일베 게시판에서 발견한 건 19일. 5년 전 교제하던 옛 남자친구가 찍은 사진이었다. 얼굴을 일부 가렸으나 충분히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A씨는 “지금 남자친구나 그의 친구들이 이걸 보고 ‘네 여자친구 (사진이) 거기 있더라’는 소문이 퍼지는 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사진 아래에 인물을 평가하고, 예쁘게 나온 사진에는 강간하고 싶다는 댓글까지 달려 두려움은 더 컸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A씨의 사진은 노출이 심하지 않아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A씨는 일베 관리자에게 메일을 보냈으나 읽지 않았고, 결국 가입해서 문의 게시판에 글 내용과 본인인증 사진을 남겨야 했다. 사진은 삭제됐지만 A씨는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았을까 지금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이 압수수색을 한다고 하지만 일베 게시판을 보면 ‘이렇게 대답하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몰카를 찍은 혐의로 경찰서에 다녀왔는데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이다. 이 사람이 내 여자친구라는 증거가 있느냐’는 식으로 우겼더니 무혐의로 풀려났다는 내용이다. A씨는 “‘이렇게 하면 처벌을 안 받는다’면서 아직도 (여친인증 사진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적인 촬영물의 경우 동의 하에 찍어도 동의 없이 유포하면 성폭력 처벌법 14조로 처벌 가능하다. 그냥 셀카의 경우라면 명예훼손이 적용될 수 있고, 댓글을 단 사람은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다만 “사진 등이 성적 욕망을 불러 일으키느냐의 판단은 경찰, 판사가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는가 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베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에는 21일 오전까지 14만여명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신고해도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여자들은 평생 어디서 떠돌지 모르는 내 알몸 사진에 불안해하며 살아가야 한다. 몰카 처벌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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