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해ㆍ치유재단 해단 발표에 비난… ‘위안부 합의 파기’ 언급은 피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1일 한국 정부의 화해ㆍ치유재단 해산 발표와 관련해 “국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 간 관계가 성립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국 정부의 발표 직후 총리관저에서 취재진과 만나 “3년 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이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해 왔다”면서 “한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대응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도 취재진과 만나 “일본은 (해산 발표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측에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와 고노 장관은 한국 정부의 재단 해산 발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이날 “위안부 합의 파기에 해당한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국 측이 재단 해산 결정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나 재협상 요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온 만큼 일본 정부가 파기를 선언할 경우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지난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때와 같이 “한국 정부가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국제여론전의 재료로 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 간 합의의 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에 끈질기게 합의 이행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은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사무차관이 이수훈 주일대사를 불러 한국 정부의 재단 해산 결정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 대사는 “(재단 해산 발표가)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정부의 화해ㆍ치유재단 해산 발표 소식을 신속히 보도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난달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로 급속히 냉각된 한일관계가 이번 발표로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교도(共同)통신은 “징용공 소송 문제와 관련해 냉각된 한일관계가 한층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본 정부는 재단 해산 발표가 한일 위안부 합의의 불이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국 측에 엄정히 요구할 것”이라며 “잔여기금에 대해서는 위안부 피해자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재단 목적에 따라 사용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