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열효율 높이는 콘덴싱 기술의 원리
추운 겨울 집으로 돌아가 가정 먼저 하는 일은 보일러를 켜는 일이다. 꽁꽁 언 몸을 녹여줄 훈훈한 온기가 집안에 가득 돌 때 보일러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여름에는 거의 안 내던 난방비로 갑자기 높아진 관리비 고지서가 집으로 날아올 때면 보일러는 어느새 골칫덩이가 된다. 다른 집보다 보일러를 더 돌리는 거 같지도 않은 데 많은 난방비를 내다보면 우리 식구들이 유독 추위를 더 많이 타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높은 난방비의 범인은 반 소매로 겨울을 나는 남편도, 들어가면 한 시간씩 샤워하는 딸도 아니다. 다용도실 한쪽 구석에서 집안 공기를 데우는 일을 하는 보일러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가전제품을 살 때 여러 가지 요소를 꼼꼼히 살핀다. 그 중 중요한 것이 에너지효율 등급이다. 얼마나 에너지를 쓰는지를 보고 제품을 고르는 것은 물론이고, 산 후에도 전기비를 아끼고자 전원을 뽑아놓는 알뜰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겨울철이면 우리 집 지출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하는 보일러의 에너지 효율 등급에 대해서는 사실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보일러에도 에너지효율등급이 있다. 4등급에 해당하는 일반 보일러도 있지만 최근 보급이 많이 되는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보일러에 비해 최대 28.4%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해 에너지 효율 등급 1등급으로 분류된다.
◇버려지는 열을 최소화하는 기술, 콘덴싱
우리나라 보일러는 대부분 따뜻한 물을 방바닥 밑으로 돌려 그 온기로 바닥이 데워지고, 바닥이 다시 은은한 열을 집안 전체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집 온도를 올린다. 우리의 전통 난방 문화인 온돌의 장점을 현대화한 것이다. 연료를 연소해 물을 데우고, 따뜻한 물을 집안 바닥에 위치한 배관에 흘려보내 집을 난방 하는 방식은 일반 보일러나 콘덴싱 보일러나 별 차이가 없다.
두 보일러는 연료를 연소해 나오는 배기가스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큰 차이가 있다. 일반 보일러는 연소할 때 생기는 120도 이상의 고온의 배기가스를 그대로 외부로 배출하지만 콘덴싱 보일러는 이를 난방 수를 데우는 데 한 번 더 사용한다.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보일러보다 열교환기(잠열 교환기)가 하나 더 있다. 집안 구석구석을 흘러 바닥을 데우고 온도가 낮아진 채 보일러로 돌아온 난방수가 이 열교환기를 지날 때 고온의 배기가스가 난방수를 1차로 데우는 역할을 담당한다. 난방수에 열을 전달한 배기가스는 밖으로 배출되는 데 이 때 온도는 일반 보일러 배기가스의 3분의 1 수준인 45도에 불과하다.
잠열 열교환기를 통과한 난방수는 이미 상당한 온도로 데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2번째 열 교환기를 데우는 역할을 하는 버너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 콘덴싱 보일러가 일반 보일러보다 열효율이 더 높은 이유다.
콘덴싱 보일러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기술이기에 환경 오염 물질 배출도 최소화한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은 5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으며, 온실효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 역시 크게 낮출 수 있다. 그 때문에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유럽에서는 국가 주도로 지원책이나 설치 의무화 규정을 통해 보급률이 90%를 넘을 정도로 사용이 대중화됐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 주도의 보급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서울시도 콘덴싱 보일러 보급에 관한 정책을 발표하는 등 미세먼지 감소의 효과적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진화하는 보일러 기술
열효율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최근에는 집마다 다른 난방 환경을 고려해 집안 온도를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듀얼 센싱’ 기술도 보일러에 접목되고 있다.
일반적인 보일러가 바닥을 흐르는 물의 온도만 제어하는 것과는 달리, 듀얼 센싱 보일러는 보일러로 돌아온 물의 온도를 토대로 날씨나 계절의 변화, 단열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순간마다 환경 변화를 읽어 난방에 반영한다. 때문에 설정 온도가 같더라도 가정마다 일정하지 않았던 난방 온도를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어 보다 쾌적하게 난방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난방수가 평소보다 많이 식어서 돌아온다면, 평소보다 추운 날로 판단하고 보일러는 설정한 온도를 구현하기 위해 난방을 더 강하게 가동한다. 난방수를 바닥에 흘려 설정한 온도를 구현한다는 보일러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에서 한 단계 진화해, 상황에 맞춰 보일러가 스스로 난방의 강도를 조절한다는 역발상을 현실화한 결과다.
원격 조정이 가능한 ‘스마트 홈’ 기술이 탑재되는 등 보일러 편의성도 대폭 향상됐다. 2013년 이후 각 보일러 사들은 원격제어가 가능한 보일러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구글 홈, 네이버 클로바 등 인공지능 스피커와 협업해 음성으로 보일러를 제어할 수 있는 시대도 열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최신 제품은 난방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가스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사물인터넷 기술과 접목해 보일러를 편리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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