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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판사ㆍ트럼프 판사 없다” 트럼프에 맞선 미국 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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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판사ㆍ트럼프 판사 없다” 트럼프에 맞선 미국 대법원장

입력
2018.11.22 17:56
수정
2018.11.22 19: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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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바마가 지명한 판사, 反이민 행정명령 제동 판결” 비난

공화당이 지명한 로버츠 대법원장 “독립적 사법부에 감사를” 반박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워싱턴 대법원 건물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워싱턴 대법원 건물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존 로버츠(왼쪽) 미국 연방대법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워싱턴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존 로버츠(왼쪽) 미국 연방대법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워싱턴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미국 민주주의 전통에 따라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 공개언급을 하지 않는 관행을 깨고 미국 사법부 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섰다. 판사 집단을 편가르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사법부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은 21일(현지시간) AP통신의 질문서를 받은 직후 성명을 내고 “우리에게 오바마 판사,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 클린턴 판사라는 건 없다. 오직 법 앞에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들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독립적인 사법부는 우리 모두가 감사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판사들이 자신을 지명한 대통령에게 충성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반박하면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판사’라고 부른 존 티커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법원 판사로 지명했고, 로버츠 판사는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원장으로 취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존 티거 판사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상급 법원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을 싸잡아 비난했다. 트럼프는 티거 판사를 “오바마 판사”라고 지칭하면서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에 (국토안보 관련 행정명령들이) 제소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법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티거 판사는 19일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망명 제한 행정명령의 효력을 일시 중단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공식 국경 통과소가 아닌 곳에서 망명을 신청하더라도 이전처럼 망명 신청을 받아주도록 한 것이다. 티거 판사는 판결에서 “대통령이라 해도 이민법을 다시 쓸 순 없다”며 “의회법을 무력화하는 법이나 규칙을 (정부가) 공포하는 것은 미국의 기본적인 권력 분립 원칙과 배치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츠 대법원장 간의 설전을 두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과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온라인 매체인 복스는 “대법원은 으레 정치인이 하는 말에 반응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나갔다. 사법부를 너무 괴롭혔다”고 보도했다. 칼 토비아스 리치먼드대 로스쿨 교수는 폴리티코와 CNBC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부에 대한 공격을 “미국 현대 역사 상 유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로버츠 대법원장은 외부에 자신의 발언이 나가는 것을 극도로 꺼려온 인물이다. 때문에 이번 성명은 대법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부 공격과 관련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판사가 누가 임명했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오바마 판사’라는 식의 발언은 분명 선을 넘은 것”이라며 “사법부를 지키는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반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장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사법부 때리기’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오후 트위터에서 “유감이지만 ‘오바마 판사들’이 있는 건 사실이고, 그들은 (불법 이민자로 인해)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며 “(행정부 결정을 뒤집는) 이런 판결들이 미국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오바마 판사’라는 식으로 편을 가르면 보수 지지층에게 호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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