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사체에서 1,000 조각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 쓰레기 무게만 약 6㎏에 이른다. 거대 해양 생물의 죽음으로 해양 오염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언론과 CNN 등에 따르면 죽은 고래는 인도네시아 와카토비 국립공원 내 수역에서 19일 발견됐다. 발견된 건 몸 길이 9.5m의 향유고래로, 수컷이 최대 18m, 암컷이 최대 11m까지 자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채 성년이 되지 않은 어린 고래로 추정된다. 향유고래는 60살까지 살 수 있다고 알려졌다.
향유고래는 깊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만큼 인간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지만, 뱃속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일회용품이 대부분이었다. 세계자연기금 인도네시아 본부가 19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숨진 고래 안에서는 △플라스틱 컵 115개 △플라스틱병 4개 △비닐봉지 25개 △샌들 1짝 등이 발견됐다. 깨지거나 찢어졌지만, 고래의 몸에서 소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오징어나 가오리, 문어 등 해양 생물을 먹고 살아가는 향유 고래가 어떤 이유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드위 수프라프티 세계자연기금 인도네시아 본부 해양 종 보전 담당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부패가 진행돼) 고래의 사인을 밝히긴 어렵지만, 우리가 목격한 진실은 정말로 참담하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잔뜩 먹은 고래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27일 스페인 남부 무르시아 지방의 카보 데 팔로스 해변에서는 길이 약 10m의 향유고래가 죽은 채 발견됐다. 다른 향유고래에 비해 눈에 띄게 마른 이 고래는 복부 감염으로 인해 사망했는데 부검 결과, 고래의 위장과 소장 등 내장 곳곳에서 비닐봉지와 그물 조각, 플라스틱 물통들이 발견됐다. 소화되지 않는 29㎏의 쓰레기가 소화 기능을 망가뜨린 것이다.
6월 1일에는 태국 남부 송클라 주 해안에서 거두고래가 발견됐고, 5일 뒤 비닐봉지를 토하면서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비닐봉지 80여개가 고래 뱃속에서 발견됐다. 발견된 쓰레기의 양은 8㎏에 달했다. 거두고래 수컷 최대 길이는 7.2m로 향유고래에 비해 작지만 19일 발견된 향유고래보다 많은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삼킨 셈이다.
쓰레기를 잔뜩 먹고 죽은 고래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해양 쓰레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매년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약 800만톤에 달한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했었다. 이 속도로 쓰레기가 계속 배출되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까지 나온 바 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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