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 대한비뇨기과학회 부회장(강남성심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우리나라 인구 5,142만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711만명(14.2%)으로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2000년 고령화 사회가 된지 17년 만에 고령사회에 진입해 이웃 일본보다 7년이나 빨랐다. 더 큰 문제는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점이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요양병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의료실태조사(2011~2016년)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이 이 기간에 평균 1.9% 증가한 반면 3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은 31%나 늘었다. 2008년에서 2013년까지 5년간 요양병원 증가율은 78%나 달했다. 2013년 1,208개였던 요양병원은 2018년 7월말에 1,483개로 23%나 증가했다.
요양병원 급증으로 노인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은 나빠지고 문제점을 많이 노출했다. 특히 노인의 배뇨와 관련된 삶의 질이 큰 문제다. 정창욱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2014년 1년간 서울ㆍ인천 지역 13개 요양병원의 환자 1,858명을 조사한 결과, 노인의 배뇨문제가 요양병원에서 크게 등한시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조사 결과, 입원 환자 중 배뇨장애와 요실금을 가지고 있는 환자는 각각 48%, 50%에 달했다. 배뇨장애와 요실금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는 64%(1,190명)나 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배뇨장애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해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는 겨우 20%에 불과했다. 단 7%의 환자만 배뇨 관련 처치와 전문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3개 요양병원에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한 명도 없었다. 환자의 절반 이상은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었고, 요도 내 도뇨관을 가지고 있는 환자는 20%에 그쳤다.
전체 조사 대상 환자 가운데 배뇨와 관련된 비뇨의학과 합병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20%, 이 가운데 12%는 요로감염까지 있었지만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바꿔보기 위해 대한비뇨기과학회는 학회 산하 노인비뇨기요양연구회를 2017년 대한노인요양비뇨의학회로 전환했고, 현재 요양병원 입원료 전문의 가산제도에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포함될 수 있도록 관련 유관단체와 기관에 몇 차례 의견을 보내고 요청했지만 보건복지부는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매년 실시하는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의 항목 개선을 통해서라도 적정한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재정 문제와 현실적인 평가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배뇨는 단순히 소변을 보는 것 이상으로 인간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잇다. 밤에 수 차례 소변을 보는 야간뇨는 밤에 화장실에 가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노인 낙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병원에서는 야간에 이뇨제 투여를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야간뇨는 수면의 질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어 야간뇨만 개선해도 수면의 질이 개선되고 환자의 삶의 질도 나아진다. 요로감염도 폐렴에 버금가게 중요한 문제로 실제 요양병원에서 급격한 상태 악화로 상급병원 응급실을 찾는 주원인이다. 하지만 요로감염은 폐렴과 달리 요양병원의 현재 건강보험 수가제도에서는 치료 행위에 대해 별도 보상이 없다. 요양병원에서 노인 배뇨문제를 적극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초고령사회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고 요양병원 증가도 계속될 것이다. 증가할 요양병원과 고령환자가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고 이를 통해 고단한 노년기에 조금이라도 삶의 질이 개선된 상태로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회적 책무다. 더 늦기 전에 요양병원에 방치된 노인환자의 배뇨인권문제에 사회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마냥 요양병원에만 책임을 미루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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