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9시간 넘게 자는 사람, 뇌졸중 발병 위험 3배 높아
본격적인 추위다. 영하의 날씨가 되면 혈관 수축이 급격히 일어나면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뇌졸중도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고령층에게 주로 나타나는 뇌졸중이 최근 40대 이하에서 20%가 발병할 정도로 젊은 환자가 부쩍 늘었다. 뇌졸중에 걸리면 10%가량 목숨을 잃는다. 다행히 목숨을 건져도 40~60% 정도가 발음ㆍ보행ㆍ운동장애 같은 후유증과 우울증 등으로 고통 받으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안면마비ㆍ말 어눌하면 즉시 병원 찾아야
뇌졸중은 갑자기 뇌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돼 뇌가 망가져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병이다. 뇌졸중의 85~90%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분당 190만개, 시간당 1억2,000만개의 신경세포가 없어져 장애가 남고 후유증이 생긴다.
뇌졸중 조기 발견의 핵심은 ‘갑자기’에 있다. 갑자기 물체가 둘로 보이는 증상, 안면마비ㆍ반신마비 증상, 말이 어눌해지는 언어장애 증상이 나타나거나, 갑자기 걷기 힘들고 균형 잡기 힘들 때, 심하게 어지럽고 둔기로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두통이 생겼을 때 뇌졸중을 의심해 곧바로 급성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 다만 김현영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참을 수 있을 정도의 두통은 뇌졸중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미국뇌졸중학회는 뇌졸중 증상을 빨리 알아채게 해 병원에 빨리 가도록 하기 위해 ‘FAST’라는 단어로 홍보하고 있다. F(Face drooping)는 안면마비, A(Arm Weakness)는 팔마비, S(Speech difficulty)는 언어장애, T(Time to call 119)는 증상 발생 즉시 119에 전화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뇌졸중 골든 타임은 4.5시간. 이 시간 내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3개월 후 일상생활 복귀율이 6∼12시간에 치료받은 사람보다 26%나 높아진다. 물론 더 빨리 치료를 받을수록 혈전용해제 투여 등 빠른 조치로 일상생활 복귀율이 더 높아진다. 남효석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혈관이 막히는 순간부터 1분마다 뇌세포 200만개가 죽는다”며 “뇌졸중 응급 조치는 단 하나로 1분 1초라도 빨리 큰 병원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이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도 심각히 여기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 따라서 자신의 몸 상태가 평소와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뇌졸중 여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뇌졸중 증상이 가볍게 나타났다가 호전되기도 한다.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다가 24시간 안에 사라지는 증상을 ‘미니 뇌졸중(뇌허혈 발작)’이라고 하는데 뇌졸중 환자의 40%가량이 발병 이전에 미니 뇌졸중을 경험했다. 이런 경우도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3개월 안에 뇌졸중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 시간 너무 많아도 뇌졸중 위험 높여
뇌졸중 환자의 40~60%가 하루아침에 말을 못하게 되거나 스스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등 후유증이 생긴다. 뇌졸중은 본인은 물론 돌보는 가족들도 힘들게 만들기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졸중의 가장 큰 요인은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고혈압, 흡연, 스트레스, 나쁜 식습관, 복부비만 등이 뇌졸중 위험 요인의 80%를 차지한다. 따라서 자신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뇌졸중 위험인자가 있으면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과일과 채소, 통곡물을 섭취하고 저염식을 생활화한다.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금연은 필수다. 흡연은 뇌경색 위험을 1.5∼2배, 뇌출혈 위험을 2∼4배가량 높인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결과, 45세 이하 젊은 남성 뇌졸중 환자 발병 원인의 45%는 흡연, 29%는 고혈압이었다. 다만 뇌졸중 위험도는 금연 2년 뒤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5년이 지나면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과 비슷하게 떨어지므로 빨리 금연하는 게 좋다.
잠도 너무 많이 자면 뇌졸중ㆍ혐심증ㆍ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의 연구결과, 하루 수면시간이 9시간 이상으로 너무 긴 사람은 5∼7시간인 사람보다 심뇌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최대 3배까지 높아졌다.
스트레스와 우울증도 뇌졸중 위험을 높이므로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스스로 관리가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을 필요도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결과, 뇌졸중이 처음 발병한 뒤 2년 이내 25.4%가 우울증으로 진단됐고, 3개월 이내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했다. 최근에는 초미세먼지가 혈관에 염증과 혈전을 유발해 각종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대기오염도 주의해야 한다.
이밖에 코골이가 뇌경색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코골이가 심하면 체내에 들어오는 산소량이 줄고 이로 인해 뇌손상과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한 연구결과에서는 코골이가 심하면 뇌졸중 위험이 67%, 심장발작이 34% 더 증가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뇌졸중의 FAST 법칙]
F(Face Dropping): 한쪽 얼굴에 안면 떨림과 마비가 온다.
A(Arm Weakness): 팔다리에 힘이 없고 감각이 무뎌진다.
S(Speech Difficulty): 말할 때 발음이 이상하다.
T(Time to call 119): 증상이 생기면 바로 119로 전화한다.
[뇌졸중의 주요 증상]
① 갑자기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없고 감각이 무뎌진다.
② 말할 때 발음이 이상하다.
③ 말을 잘 못하거나 다른 사람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④ 갑자기 심하게 어지럽고 술 취한 사람처럼 걸으며 한쪽으로 쓰러진다.
⑤ 갑자기 한쪽이 잘 안보이거나 둘로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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