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소위 “10만원 보충” 합의
다른 현안 탓 복지위서 발 묶여
정부가 저소득노인(소득하위 20%)의 소득 보장을 위해 내년 4월부터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조기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를 깎여 소득이 제자리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충성의 원리’ 때문에 수급 노인들의 생계급여가 깎이는 것인데, 최근 국회에서 이들에게 10만원을 더 지급하는 방식을 검토하면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복지위 예산소위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 월 1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의견을 모아 내년도 복지부 예산을 4,102억원 더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안은 복지위 상임위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기초연금은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노령연금제도를 확대 개편해 2014년7월부터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지급하기 시작했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지급기준인 소득인정액에 기초연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수급노인의 생계급여는 기초연금이 인상되더라도 그만큼 감액된다. 현재로서는 복지부 계획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소득하위 20%에 해당하는 약 150만명의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해도 28%(42만명)에 달하는 수급노인은 소득 인상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는데, ‘줬다 뺏는 제도’ 때문에 수급 노인들이 기초연금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없는 점도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제도 변경에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정부가 정한 생계급여 기준액(중위 소득의 30%)과 수급자 소득인정액의 차액을 보충해주는 공공부조 제도라는 이유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의 소득을 높이는 것보다 비수급 빈곤층과 차상위 계층 노인의 빈곤 해결이 더 우선”이라고 말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기초생활수급 노인 빈곤 문제는 생계급여를 현실화해 해결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회 복지위 위원들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기초연금을 추가 인상하면 가장 가난한 노인들의 빈곤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기초수급 노인 1인가구에 지급되는 평균 생계비가 26만원 가량인데 기초연금이 30만원으로 오르면 생계급여보다 더 높아져서 자칫 수급자에서 탈락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소득인정액에서 기초연금을 일부라도 공제해 비수급 노인들과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급 노인에게 ‘부가급여’ 형태로 월10만원을 보충해주는 방안을 고안한 것이다.
그러나 복지위 예산소위의 합의안이 실질적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복지위 상임위에서 커뮤니티케어, 사회서비스원 설립 등 정부 중점사업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전체예산안을 예결위로 넘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상임위 예산안이 예결위로 넘어가지 않으면 정부안으로 심사가 진행되는데, 현재 정부안에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제도’ 개선 계획과 예산은 없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의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수급 노인들의 빈곤이 더 고착화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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