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으로 올림픽 명 변경하는 안건
25% 유권자 동의 얻지 못해 끝내 부결
탈 중국 차이잉원 정부 지방선거 참패
동성 결혼 합법화 무산, 탈원전도 원점으로
대만이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남기로 했다. 전날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국민투표 결과다. 대만 국민들은 중국으로부터 독립 의지를 드러내는 것보다는 사회 안정감을 우선시하며 현상 유지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탈 중국 기조를 보여온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民進黨)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차이 총통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25일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대만’(Taiwan) 이름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항목에 찬성한 이들은 476만여 명으로, 가결 요건을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대만의 국민투표는 전체 유권자의 25% 이상, 493만 명이 동의해야 통과된다. 대만중앙통신은 국명을 '대만'으로 변경하는 건에 대해 반대가 55%, 찬성이 45%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부결 배경을 두고 차이 총통 집권 이후 지속된 ‘탈중국화’ 정책으로 인한 피로감과 불안감이 커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립 성향이 강한 차이 총통이 2016년 취임하자 중국은 외교·군사·경제적으로 대만을 압박하고 나섰고 양안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됐다. 연합보가 지난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6%가 차이잉원 정부의 양안관계 처리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차이 총통의 집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대만으로 명칭 변경이 실익이 없다는 이유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만 유권자들이 올림픽 참가 명칭을 ‘대만’으로 바꾸면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우려했을 수 있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CO)는 대만 올림픽위원회에 참가명칭을 변경하면 올림픽에 나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세 차례나 경고했다.
이번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 결혼 합법화도 좌절됐다. 민법상 혼인 주체를 남녀로만 제한하는 항목이 70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통과되면서다. 이로써 민법상 동성 결혼 금지는 유지됐다. 지난해 5월 대만 최고법원은 동성 결혼을 금지한 민법의 혼인 규정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2년 안에 관련 법을 수정 또는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기독교 등 보수 단체가 반발하면서 국민투표 항목까지 오르게 됐고, 국민들은 보수 진영의 손을 들어줬다.
대만의 탈원전 정책도 타격을 입게 됐다. 차이잉원 정부는 집권 이후 전기사업법 조항에 2025년까지 대만 내 모든 핵 발전소를 폐쇄한다는 내용을 넣었는데, 해당 전기법 조항을 없애자는 국민투표 항목이 통과됐다.
이 밖에도 ◇매년 1% 이상 화력발전량 감소 ◇화력발전소 신설 및 확장 중지 ◇일본 후쿠시마와 주변 지역 농산물 수입 금지 유지 ◇초중고교서 동성 문제 등 성적 다양성 교육 폐지 등의 항목도 통과됐다. 국민투표가 통과되면 대만 정부는 3개월 안에 그 결과를 반영한 법안을 입법원(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입법원은 이를 심의해 통과시킬지를 결정하게 된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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