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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경제난 탓 엘리베이터 승무원 사라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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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경제난 탓 엘리베이터 승무원 사라질 듯

입력
2018.12.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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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이상 건물 고용 의무 있었지만 법원 “소유주에 부담” 법 폐지 결정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브라질개발은행(BNDES) 본점 건물. 브라질은 1991년 제정된 법률으로 5층 이상의 상업용 건물에 ‘엘리베이터 승무원’의 고용을 의무화했으나, 올해 초 법원은 해당 법률에 대해 폐지 결정을 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브라질개발은행(BNDES) 본점 건물. 브라질은 1991년 제정된 법률으로 5층 이상의 상업용 건물에 ‘엘리베이터 승무원’의 고용을 의무화했으나, 올해 초 법원은 해당 법률에 대해 폐지 결정을 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 덕분에) 승객들도 지루할 틈이 없잖아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내의 23층짜리 빌딩에서 엘리베이터 승무원으로 일하는 로젤리아 다 콘세이상(53)은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이렇게 말했다. 엘리베이터 탑승 시간은 길어 봐야 10초 정도지만, 승무원과 나누는 잠깐의 대화와 상호작용은 승객에게도 ‘많은 배움과 친교 방식의 계발’을 안겨 준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콘세이상은 “최소 7년은 이 일을 더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바람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엘리베이터 승무원’이라는 직종 자체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 것이다. NYT는 최근 리우데자네이루 르포를 통해 위기감과 불안, 한편으론 일말의 기대감도 섞인 현지 분위기를 생생히 전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1960년까지 브라질의 수도였고 지금도 이 나라의 비즈니스 중심지인 리우데자네이루에 즐비한 고층 빌딩, 기업 본사를 찾으면 깨끗한 유니폼을 차려 입은 엘리베이터 승무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한국과는 달리 이런 풍경이 가능한 건 1991년 ‘5층 이상 상업용 건물’에 엘리베이터 승무원 고용을 의무화한 법률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4,000여명이 가입한 노동조합도 존재한다. NYT는 “인공지능과 터치스크린 도입 이전 식료품 결제 라인이나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서 이뤄졌던 ‘짧지만, 사회적인 교류’의 기회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셈”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최근의 경기침체는 건물 관리자들의 비용 절감 노력을 부추겼고, 그 결과 ‘1991년 법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승무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관련된 소송에서 급기야 올해 초 법원이 ‘건물 소유주엔 불합리한 부담’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법률폐지 결정을 내린 건 치명타가 됐다. 승무원노조 대표인 산드로 다스 네브스는 “우리의 싸움은 이제 임금 인상이 아니라 엘리베이터에 계속 남기 위한 것”이라며 “살아남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의 생존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콘세이상은 “노후화한 대다수 엘리베이터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침착하게 다룰 수 있는 건 오로지 승무원들뿐”이라며 “보이는 것처럼 시대에 뒤진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제이콥 카를로스 리바 상카를로스연방대 교수는 “브라질의 자동화 발전은 빈약한 인프라 때문에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는 여러 직종을 살아남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도 “리우데자네이루 엘리베이터 승무원들은 ‘일할 날’이 얼마 안 남은 걸 잘 알고, 환상에 빠져 있지도 않다”면서 “그러나 최소 수년간은 자동화의 힘이 업계 전체를 완전히 없애진 못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내에 있는 브라질은행문화원 리우 지점에서 엘리베이터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디우손 로세프(60)씨.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내에 있는 브라질은행문화원 리우 지점에서 엘리베이터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디우손 로세프(60)씨.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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