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 58명이 30일 가석방된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결정이다.
법무부는 26일 가석방 심사위원회를 열고 현재 수감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71명 중 58명의 가석방을 결정했다. 형법 72조는 징역 또는 금고형 집행 중 개전의 정이 뚜렷한 경우 형기의 3분의 1이 경과하면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징역 1년6월을 선고 받아 6개월 이상 수감된 63명을 대상으로 검토에 착수했다. 기존에는 1년 이상 수감된 뒤 가석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사기록과 재판기록, 수감생활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다”면서 “58명에 대해서는 가석방이 끝날 때까지 사회봉사를 하도록 하는 특별준수사항을 정해 가석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무부는 심사 대상자 중 5명은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봐 판단을 보류했다. 단순히 병역 회피 만을 목적으로 한 정황이나 주변 진술 등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심사를 받지 않은 8명에 대해서는 수감기간을 6개월 이상 채울 경우 심사위를 열어 가석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법원은 종교적ㆍ정치적 이유 등으로 병역을 기피하는 것은 처벌된다는 기존 판례에 따라 병역법 시행령상 병역 면제가 되는 최소 실형인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방 의무는 국가 존립에서 가장 기본적 의무로, 특히 특수한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국방 의무보다 종교적ㆍ양심 자유가 우선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4년 만에 판단을 뒤집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사처벌을 통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봤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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