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s up?’은 ‘무슨 일이냐’ 또는 ‘잘 지냈냐’는 뜻입니다. ‘와썹? 북한’을 통해 지난해까지 남한과의 교류가 사실상 중단 상태였던 북한이 현재 어떤 모습인지, 비핵화 협상과 함께 다시 움트기 시작한 북한의 변화상을 짚어봅니다. 한국일보가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투자’를 주제로 9~12월 진행하는 한국아카데미의 강의 내용을 토대로 합니다.
“몰락한 공업국가”.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한국아카데미’에서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를 이렇게 제시했다. “1인당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하면 저개발국이지만 공업화한 적이 없거나 이제 막 공업화하는 저개발국과는 달리 상당한 공업화를 이룬 나라였다”고 말하면서다.
이 선임위원은 한국은행과 북한경제통계 등을 바탕으로 한 분석을 토대로 “1970년대까지 나름 성장하던 북한 경제는 1980년대 본격적인 침체에 빠졌고, 1990년대에는 붕괴 수준으로 후퇴하였으며, 2000년대 들어 부분적으로 회복했다”면서 “다만 2000년대 북한 경제의 회복은 그 속도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부문별로 불균등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 주도 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성장을 주도하던 중화학 공업은 현재 최소한의 자본재 및 원부자재 공급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상대적으로 투자가 증가한 경공업 역시 경제 성장을 주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그가 ‘몰락한 공업국가’를 북한 경제의 키워드로 내건 이유기도 하다. 그러면서 “무연탄 등 지하자원, 수산물 등이 수출 주력 상품으로 있다고는 하지만, 북한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이끌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잠재력이 없지는 않다. 그는 “경ㆍ중공업에서는 물론 IT 분야에서 생산, 투자 활동을 확대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사업) 내용도 다양화했다”는 점을 들어 제조업 생산 역량의 회복 가능성을 점쳤다. “중전기 등 (북한 매체를 통해) 그동안 성과가 많이 보도되던 설비뿐만 아니라 그동안 거의 침묵을 지키고 있던 수송기계, 농기계 등에서도 성과 보도가 증가했다”는 점도 발전을 전망하는 근거로 들었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일자리를 보전하면서 남북이 경협을 추진하는 건 쉽지 않다”는 말도 더했다. 다만 △조선업 등 국내 경제 기반이 극도로 약화한 사업 △규제로 인해 투자, 운영이 어려운 사업 △북한에 기본적인 기반조차 형성되지 않은 사업 등은 북한에 진출했을 때 성공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채연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전문교수는 같은 날 북한 로켓 기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개발 역사, 성능 등을 설명했다. 그는 “북한 로켓 기술을 이용하는 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의 제약이 있어 남북 통일이 되기 전까진 불가능할 것”이라면서도 “1단 로켓 엔진을 4개로 묶는 클러스터링(Clustering), 발사 운용 기술 등을 (북측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면 획기적 기술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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