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가 음악을 넘어 전자책까지 확대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인터넷에서 음성이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술로, 음악의 경우 음반이나 디지털 파일을 구입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여러 곡을 골라 들을 수 있다.
‘멜론’, ‘지니’ 등 각종 인터넷 음악 서비스는 매달 일정 요금을 받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요금이 각각의 디지털 파일이나 음반을 살 때보다 저렴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전자책에 적용된 스트리밍 서비스도 음악과 비슷하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전자책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수천에서 수만권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아주 소장하는 구입 과 달리 도서관처럼 빌려 읽는 개념이어서 비용이 저렴하다. 덕분에 이용자가 늘면서 전자책 업체와 인터넷 서점들이 잇따라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지난 22일 ‘북클럽’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입 첫 달은 무료이며 이후 월 5,500원과 7,700원의 요금제 중 하나를 택하면 된다. 월 7,700원 요금제에는 전자책 구매가 가능한 독서 지원금 ‘크레마 머니’가 포함된다. 예스24는 내년 상반기까지 약 2만 권의 도서를 북클럽 서비스로 제공할 예정이다.
전자책 출판업체인 리디북스도 지난 7월 스트리밍 서비스 ‘리디셀렉트’를 시작했다. 이 업체는 월 6,500원으로 약 2,600권의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 이 곳은 이용자들 사이에 신간이 많기로 유명하다. 또 리디셀렉트는 타사보다 휴대폰 응용 소프트웨어(앱)가 편리하게 구성돼 있어 호평을 받는다.
2016년에 나온 ‘밀리의 서재’는 타사 서비스보다 빌려 읽을 수 있는 전자책 종류가 다양하다. 가입 첫 달은 무료이며 월 9,900원에 약 2만 5,000권을 읽을 수 있다. 대여 가능한 전자책 보유량이 국내 최대 규모이며, 매달 약 1,000권씩 늘어난다. 또 누적 회원수가 22만 명을 넘으면서 배우 이병헌을 모델로 앞세운 텔레비전 광고도 하고 있다.
‘교보sam’은 교보문고가 2013년 시작한 국내 최초의 스트리밍 전자책 서비스다. 5가지 월 정액 요금으로 세분화 된 교보샘은 월 7,000~3만2,000원을 내면 다달이 2~12권의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자책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마존은 2014년에 전자책 단말기 ‘킨들’에서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월정액 서비스 ‘킨들 언리미티트’를 내놓았다. 이용료는 월 9.99달러이며 읽을 수 있는 책이 60만 권에 이른다.
전자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다만 서비스에 따라 원하는 책 검색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대여 가격의 적정성 논란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자책 월 정액제를 이용하는 김진주(23)씨는 “원하는 책이 검색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음악, 영상 등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콘텐츠가 부족한 전자책 정액제가 저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업계에서는 전자책 스트리밍 서비스가 관련 시장 성장에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5년 약 1,967억 원이던 국내 전자책 매출 규모가 2016년 2,560억 원으로 뛰면서 약 3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 종이책의 전자책 전환 비율은 2015년 51.2%에서 1년 간 59.6%로 뛰었다.
하지만 비싼 책 값과 콘텐츠 부족은 여전히 국내 전자책 시장의 과제로 남아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발표한 도서정가제 관련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자책 정가는 종이책 가격의 70~80% 수준으로 크게 싸지 않다. 반면 영미권은 전자책이 종이책 가격의 평균 50~60% 선에서 판매된다.
국내에서 전자책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도서 정가제를 들 수 있다. 도서 정가제는 출판유통의 혼란을 막기 위해 지나친 할인을 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일정 가격을 강제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전자책을 포함한 모든 도서는 할인율이 15%를 넘지 못한다. 때문에 전자책은 제작 비용이 종이책보다 적게 드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을 많이 낮출 수 없다.
전자책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처럼 비싼 가격의 돌파구로 등장했다. 대여 형태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판매 가격을 규제하는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지 않아 출판사 자율로 가격을 정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일부 출판업체들은 전자책 대여 기간을 10년 이상 장기대여 방식으로 제공해 왔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 장기 대여가 사실상 판매나 다름없는 꼼수 마케팅이라고 비판을 제기하자 출판업계는 지난 4월 ‘건전한 출판 유통발전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해 대여기간을 3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책이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려면 콘텐츠 공급과 이용자 수요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환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미래산업부 팀장은 “이용자들이 전자책에 익숙해 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전자책 체험관이나 전시회 등을 적극 확대하고 가격 인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근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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