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당시 젊은 식민지의 남성ㆍ여성을 강제동원해 노역을 시켰던 미쓰비시(三菱) 중공업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29일 양금덕(87)씨 등 강제동원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양씨 등은 1944년 5월 일본인 교장 등의 회유로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 공장 등에 동원돼 식사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강제 노역을 했다. 이들은 1999년 3월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2008년 11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그러자 이후 2012년 한국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고, 1심은 피해자 4명에게 각 1억5,000만원과 유족 1명에게 8,000만원 등 미쓰비시중공업이 총 6억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미쓰비시중공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배상액은 일부 조정돼 피해자에게 1억~1억2,000만원, 유족 1명에게 2억208만원 등 총 5억6,208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같은 재판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이날 고(故) 박창환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23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박씨 등은 1944년 9월과 10월 사이 강제징용돼 미쓰비시중공업 히로시마 기계제작소와 조선소 등에서 일했다.
이들은 2000년 5월 강제징용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012년 5월 대법원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박씨 등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시효가 완성돼 없어졌다는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미쓰비시 중공업이 각각 8,0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일본의 대표적 재벌 기업인 미쓰비시의 강제징용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다. 현재 국내에서는 미쓰비시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하급심에서 여러 건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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