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0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1,500조원 넘는 가계부채의 상환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금리도 따라 올라 차주가 내야 할 이자금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이미 시장금리에 반영된 터라 여파가 크지는 않을 거란 관측도 적지 않다.
30일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가계신용) 규모는 9월 말 현재 1,514조400억원이다. 이는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금과 신용카드로 결제한 외상금이 합산된 수치로, 이 가운데 금리가 오르면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부문은 가계대출(1,427조7,000억원), 그 중에서도 변동금리 대출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분(0.25%포인트)이 금융기관 변동금리 대출 상품의 이자율에 고스란히 반영될 경우 가계 총이자 증가액은 연간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0.2%(10월 말 기준)이고 비은행 대출상품 역시 같은 비중의 변동금리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자(6월 말 1,895만4,000명) 1인당 연간 13만원가량의 이자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실제 늘어날 이자 부담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말 이래 1년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동안 시장금리는 국채 3년물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말 연 2.5%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2.6% 수준까지 올랐고, 이는 기준금리 인상분을 선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소폭이고 대출금리와 바로 연동되는 것도 아니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역시 가계부채 보유자 중 고소득·고신용자 비중이 높고 가계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점 등을 들어 가계의 채무상환 여력이 대체로 양호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신용등급이나 소득이 낮은 데도 여러 금융기관에서 빚을 진 취약가구다. 한은이 3월과 6월에 각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신용(신용 7~10등급) 또는 저소득(소득 하위 30%) 상태로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지난해 말 150만명에 달한다. 전체 가계대출자의 8% 수준이다.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갚을 수 없는 고위험가구는 대출가구의 3.1% 수준인 34만6,000가구(지난해 3월 말 기준)인데, 한은 분석 결과 고위험가구 비중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전체 대출가구의 3.5%, 2%포인트 상승하면 4.2%로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저금리 기조가 마무리되고 경기 부진이 저소득층 소득 감소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이들 취약가구는 대량 가계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화약고로 지목되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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