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 등으로 쓴 잔을 들이켰던 국내 유통ㆍ의류 업체들이 최근 온라인 마켓 공략을 통해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 채널은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고, 중국 당국의 규제도 심하지 않아 온라인을 중국 시장 공략의 주무기로 활용하는 기업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중국에서 오프라인 매장 중심 사업을 이어가던 이랜드는 최근 오프라인 사업 규모를 줄이는 대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랜드의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 수는 2014년 약 8,000개에서 올해 5,000여개로 37%나 줄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성장 둔화로 중국 내 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저효율 매장을 과감히 정리한 결과다.
대신 이랜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를 비롯해 다양한 이커머스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랜드는 현재 알리바바의 쇼핑몰 ‘티몰’에 스코필드, 스파오 등 19개 브랜드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 주요 상권에 남아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스마트 매장으로 운영해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할인부터 결제까지 한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노력은 중국 최대 쇼핑절인 ‘광군제’ 매출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2013년에 50억원에 불과했던 이랜드의 광군제 매출은 올해 723억원으로 14배 이상 급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2016년 상하이에 문을 열었던 ‘에잇세컨즈’ 플래그십스토어를 지난 5월 폐점하고 중국 공략의 방향을 온라인으로 틀었다. 삼성물산은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패션과 쇼핑 스타일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2년 이내에 별도 온라인 쇼핑몰을 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티몰 등 현지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판매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드 문제 등으로 현지 시장 상황이 급격히 나빠져 운영 비용이 많이 드는 에잇세컨즈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했다”며 “향후 온라인과 쇼핑몰 중심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 20년 만인 지난해 중국 오프라인 시장에서 완전 철수를 선언한 이마트도 최근 중국 온라인 시장 공략을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 있는 ‘징둥닷컴’ 본사 로비에 노브랜드 특설 매대를 꾸미고 과자와 차, 커피류 등 50여종을 징둥 임직원에게 특가로 판매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징둥닷컴의 메인 협력사로 부상하는 등용문으로 통한다. 스위스 식품 브랜드 ‘네슬레’,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필로르가’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들도 징둥 입점 전 이 행사를 열고 브랜드 알리기에 나선 바 있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온라인을 통한 중국 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것은 중국 소비시장이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조3,205억위안(약 2조900억원)에 불과했던 중국 온라인 쇼핑시장 규모는 2016년 5조3,288억위안(약 8조5,300억원)으로 300%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46.1%에 달한다.
이주호 이마트 해외사업담당은 “유례없이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 온라인 쇼핑 산업은 성장세가 주춤한 한국 유통업계에 좋은 사업 기회”라며 “알리바바를 비롯해 징동, 카올라 등 주요 온라인 채널에 상품을 공급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 판로를 넓히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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