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文대통령에 밝혀… “김정은 서울 답방 때 메시지 전달” 당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던 문재인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내 서울 답방을 할 경우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했다”며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자기가 이루어주겠다는 메시지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뉴질랜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일 에어포스원 기자간담회에서 “우린 (북미) 회담을 조만간, 즉 내년 1~2월쯤 할 것이다. 세 군데 장소를 논의했지만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시점과 관련, “내년 1월 1일 이후 얼마 안 돼(shortly)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추진이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재개의 불씨가 되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김 위원장을 좋아하고, 그런 만큼 김 위원장과 함께 남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마저 다 이행하기를 바라고,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자기가 이루어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며 “비핵화 이후 북한 경제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도움 등을 해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이 연내 답방할지는 김 위원장 결단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서울 답방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추가 모멘텀(계기)’이라고 평가했다.
남북은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합의했으나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진척되지 못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 및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등으로 이제 공은 김 위원장에게 넘어갔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할 수밖에 없지만 최종 판단은 북한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설령 우리가 내년 초로 답방 시기를 잡는다고 해도, 김 위원장이 연말에 오겠다고 하면 못 받을 이유는 없지 않나”고 했다.
남북 철도 연결 문제와 관련, 문 대통령은 “실제로 착공 연결하는 일을 한다면 그것은 국제 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며 “착공이 아니라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하나의 ‘착수식’이라는 의미에서 착수식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향후 북한 비핵화 과정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비핵화가) 20%가 될지 30%가 될지 어느 정도 단계가 되면 그때의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가 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단계가 되면 대북 제재 완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의미였다.
‘북미 비핵화 협상 등을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 관련 질문을 받은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불협화음 이런 이야기는 별로 근거 없는 추측성 이야기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반박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1일 열렸던 한ㆍ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남아공은 과거에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졌다가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고 경제 발전을 선택한, 그래서 거기에 성공한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라며 “그것이 북한에게 참고가 될 만한 그런 사례”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한 뒤 경제 전망이나 국내 현안 등의 질문이 나와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ㆍ오클랜드=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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