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의 투자의 기초] <21> 무역분쟁 봉합 이후 투자시장 전망
미국과 중국 양국 정상이 무역협상 기간을 연장해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 미중 간 무역마찰은 중국이 지나치게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외국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침탈한 데 대한 미국의 강한 반론 제기에서 시작됐다. 특히 중국은 전자, 자동차, 조선업 등 전 부문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해 자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다른 나라 기업을 곤궁하게 했다. 국제교역에서 금기시하는 불공정 경쟁에 중국은 거리낌이 없었다. 우리 조선업체의 선박 수주 부진도 중국이 자국 조선업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은 그들의 비위에 거슬리면 가차없이 짓밟았다. 단적인 사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이다. 때문에 중국에 대한 시정요구는 당연한 것으로 미국의 강한 압박은 후련한 측면도 없잖다.
미국과 중국 간 추가 협상은 매우 거칠고 투박하겠지만 여하튼 양국 간 타협 모색은 그간의 불안을 누그러뜨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추가 협상 결과가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미중 간 무역마찰은 발생 초기 세계적 파문을 일으켰지만 결국 수습된 예전 사례들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2010년 이후 남유럽사태,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양적완화 축소-기준금리 인상,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 국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세계적으로 주가, 환율, 금리는 크게 흔들렸다. 부동산 시장도 눈치를 봤다.
하지만 각 사건으로 인한 혼란의 정도는 크지 않았고 기간도 몇 달에 그쳤다.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 각 사건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대안도 마련됐기 때문인데, 실제로 미중 간 무역마찰도 예전 사례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무역마찰이 미중 양국 이외의 국가로 확산되고 있지 않아 전 세계적 현상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적다. 두 국가 간 거래 규모도 전 세계 거래의 4~5% 정도에 불과하다. 양국 모두 대안도 마련할 것이다. 때문에 투자의 초점을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에 둘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투자의 초점은 조만간 무역마찰보다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 쪽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큰데, 문제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데 있다. 하반기를 기점으로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독일과 일본의 3분기 성장률이 2분기 대비 마이너스로 악화됐고,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미국 성장률도 올해 3% 내외에서 내년 2.5% 안팎으로 둔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때문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도 최근 향후 기준금리 인상의 절제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우리 경기는 미국보다 더 빠르게 둔화되는 듯 보인다. 지난달까지 경기동행지수가 7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최근 14년 중 최장 하락이다. 또 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우리의 수출증가율은 6% 내외에서 내년에는 3%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국내외 단체는 우리의 내년 성장률을 올해 2.8%보다 낮은 2.3~2.5%로 추정하는데, 이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운신 폭을 좁힌다.
특히 중국의 과도한 부채에 대한 경계심도 커졌다. 중국기업의 외화부채가 통계로는 1조 달러지만 실제로는 매우 크고(견해에 따라서는 3조 달러) 단기차입 외채로 장기투자를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자금운용 행태는 우리의 외환위기 직전 상황과 유사하다. 실제로 3조 달러 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선 것은 중국기업의 무절제한 자금운용 탓이 크다. 만약 중국의 부채문제가 증폭된다면 우리 경제와 자산시장은 큰 혼란을 겪을 것이다. 위안ㆍ달러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는 조심해야 한다.
정리하면 미중 간 무역마찰의 완화 조짐은 긍정적 사안이지만, 더 중요한 국내외 경제와 중국 환율의 부담스러운 흐름은 자산가격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신성호 중앙대 객원교수ㆍ전 IBK투자증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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