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에 돌파구 될까 주목
한미 정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비핵화 상응조치’ 카드를 다시 꺼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가 반드시 제재 완화만은 아니다”라며 한미 군사훈련 축소, 인도적 지원 등 대안까지 제시한 상태다. 북측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를 우회해 ‘포괄적 상응조치’를 유인책으로 내세운 것인데,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일 지 주목된다.
북측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포괄적 보상 방안은 문 대통령의 1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행 기내 간담회에서 재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교착 중인 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상응조치는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상응조치는 제재 완화 또는 해소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한미 군사훈련 연기 및 축소나 인도적 지원, 문화ㆍ체육 등 비정치적 교류, 남북 철도 공동조사, 6ㆍ25전쟁 종전선언을 대안적 상응조치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9월 유엔 총회 계기 미 폭스뉴스 인터뷰와 10월 유럽 순방을 앞두고 가진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도 유사한 대안 조치들을 제시했다. 이를 북미 협상 교착 국면에서 다시 꺼내 들어 북측에 ‘제재 완화 외에도 수많은 보상이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그간 유럽 등 국제사회에 제재 완화 필요성을 설득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가 당장의 제재 해제는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제재 완화에 집착하다 보니 우리로서는 한미가 그 외에도 우호적인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다는 점을 피력해 김 위원장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게 유일한 선택지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약간의 온도차는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비핵화 상응조치를 약속하고 나섰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 답방을 할 경우 그가 바라는 바를 이뤄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말하면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이 비핵화 검증 허용시 우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연장선 상에서 북미 대화를 추동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제는 북측이 한미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현재까지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내년 신년사를 앞두고 남북관계 관련 성과가 급한 상황이면서도, 제재 완화라는 실익 없이 대화에 응하는 것이 궁색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이 제재 틀을 유지한 데 대해 북측 반발이 오히려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재 해제 약속이 절실한 북측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그다지 좋은 신호는 아니었을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ㆍ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유지 원칙을 재확인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서 위원은 이어 “정부가 그럼에도 북한을 이끌어내려면 안보리 제재 면제를 통해 인도적 지원, 산림협력 등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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