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동부ㆍ서부, 주거비 높아 허덕여... ‘아마존 효과’ 겹친 뉴욕은 이중고
‘러스트벨트’ 중부, 빈집 넘치지만 세금 감면에도 일자리 없어 난색
미국에서도 주거비는 가계에 큰 부담이다. 미국 통계청이 1980년대 설정한 기준에 따르면 주거비가 수입의 30%를 넘는 이들은 ‘과잉부담cost-burdened)’ 계층으로 분류되는데, 미국 전체 인구의 32%가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집값에도 확연한 지역 격차가 있다. 뉴욕과 보스턴, 워싱턴DC 등 북동부 도심지와 캘리포니아주 등 서부 해안 부유한 도시들은 높은 집값과 주거비에 허덕이는 반면, 쇠락한 공업지대인 5대호 연안 중동부 ‘러스트 벨트’ 도시들은 인구 감소로 ‘집값 정체 혹은 하락’이라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같은 미국이라도 경제상황에 따라 전혀 상반된 ‘주택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폭등에 따른 주택난은 대기업이 몰려 고용사정이 좋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아마존이 제2사옥 예정지로 발표한 뒤 뉴욕주 롱아일랜드시티와 버지니아주 알링턴 크리스털시티 주변이 대표적이다.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집값 상승세가 일시에 ‘아마존 효과’를 누리면서 더욱 치솟았다. 아마존의 기존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 역시 미국 내에서 손에 꼽는 주거비가 높은 지역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사의 제2사옥 입주 발표 전부터 롱아일랜드시티에서 일부 직원들이 부동산 거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주거비가 높으면 대부분의 실거주민은 고통을 받는다. 하버드대 주택연구합동센터가 올해 6월 발간한 ‘미국 주거보고서’에 따르면 ‘부자 동네’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ㆍ샌디에이고와 뉴욕 등은 수입 대비 주거비 부담이 심한 곳으로 꼽혔다. 이 지역 거주자들의 경우 연봉이 다른 지역보다 높지만 집값과 임대료가 그만큼 더 비싸기 때문에 삶의 질에서는 큰 격차가 없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된 ‘러스트 벨트’에서는 인구 감소로 집이 늘 남아돈다. 그나마 인구가 집중된 시카고를 제외하면 미시간ㆍ오하이오ㆍ펜실베이니아주 일부까지 집이 남아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규 주택 건설도 줄었고, 재건축을 할 유인도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표 사례로 오하이오주 애크런을 꼽았다. 1960년대 30만명이던 인구수가 현재 2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2015년 기준으로 낡은 집 500가구가 철거됐는데 새로 건설된 집은 10가구가 안 됐다.
그래서 이 지역 도시들은 적극적인 세금 감면으로 인구 감소세를 되돌리려 애쓰고 있다. 애크런의 경우 신규 주택 건축이나 5,000달러가 넘는 재건축 시 15년간 부동산 부가가치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일단 올해 들어 1,000가구가 새로 들어서는 효과를 봤다. 댄 호리건 애크런시장은 “2050년까지 인구를 25만명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WP가 인용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낮은 도시들의 시도가 새로이 가정을 꾸리는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와 생활비를 아끼려는 고령층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이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등지의 고비용 주거에 질려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위 ‘2등급 도시’로 불리는 조지아주 애틀랜타나 테네시주 내슈빌 등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클리블랜드나 피츠버그 등 몇몇 중동부 대도시도 세금 감면으로 인구감소 추세를 되돌린 경험이 있다. 다만 이런 성공은 대도시 중심부에 한정될 뿐, 애크런 같은 중소규모 도시엔 효과가 파급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끌어들일 만한 일자리나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여전히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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