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리와 회담 후 “서울답방 때 비핵화 약속 안 해도…” 중재 역할 강조하며 北부담 덜어줘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회유했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거듭 공개 확인하면서다. 그러나 답방 시기에 연연하지 않을 생각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결국 중요한 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얼마나 진전된 비핵화 성과가 도출되느냐인 만큼 김 위원장이 언제 오든 ‘중재’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오클랜드 코디스 호텔에서 재신다 아던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보다 중요한 건 그 시기가 연내냐 아니냐보다 김 위원장 답방이 북한 비핵화를 더 촉진하고 더 큰 진전을 이루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김 위원장 연내 답방이 반드시 성사되지 않아도 잘 활용하기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언급으로 들린다.
문 대통령은 “답방 계기에 제가 직접 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약속을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어질 2차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보다 큰 폭의 비핵화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촉진하고 중재하고 설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 답방에서 북측의 추가 비핵화 조치나 종전선언이 가능하리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그 자체가 한반도 남북 간 화해와 평화의 진전, 나아가 비핵화 진전에 아주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기만 해도 역사적 의미가 큰 데다 협상이 잘 되도록 다리를 놓는 건 자기 몫이니, 어떤 대미 비핵화 메시지를 들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부담감을 김 위원장이 지나치게 가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인 듯하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문 대통령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다음 순방지인 뉴질랜드로 향하는 도중 공군1호기에서 가졌던 기내 기자간담회 때도 그는 “김 위원장이 연내 답방할지는 김 위원장 결단에 달린 문제”라며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
결국 김 위원장이 수신인일 이런 반복 신호는 연내 답방을 성사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내 답방이) 안 될 가능성이 있어서 한 말”이라며 “최선을 다해 해보되 안 될 경우 시기가 조금 연기돼도 북미 간에 신뢰가 구축되는 데 기여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원래 우리 입장이었다”고 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연내 답방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한 건 아니라고 간담회에 참석했던 김한정 의원이 전했다.
걸림돌로 지목되는 북측 일정은 청와대가 큰 난관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주기가 17일이고 하순부터는 북측의 연말 총화(결산)가 시작된다. 다만 북측에서 가타부타 회신이 오지 않으면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본격 회담 준비를 하기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정상회담 순서가 남북 이후 북미라는 것 정도만 현재 정해진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오클랜드=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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