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답방 시기부터 불투명
경호ㆍ의전ㆍ숙소 등 고민 토로
청와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답방 시기부터 정상회담 의제, 경호ㆍ의전까지 뚜렷하게 확정된 게 없어서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부터 불투명하다. 정부는 아직까지 연내 답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북측과 구체적으로 논의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8일쯤 답방이 유력하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면서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연내든 연초든 열려 있고, 북측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내 방문을 제안했지만 답변이 없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최소 열흘은 필요해 지금은 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답방이 이뤄지더라도 회담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이라 대북 제재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남북 경협 등 북측에 풀어놓을 선물 보따리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일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자체가 세계에 보내는 평화 메시지”라며 성사 자체에 무게를 뒀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안보 토론회에서 “이번 기회에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학습시키는 기회로 삼게 해야 한다”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지지한 뒤 “(북측이)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비핵화 문제와 연계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서울 답방은 문 대통령의 평양 능라도 5ㆍ1 경기장 연설과 같은 상징적 이벤트 쪽으로 채워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국회 연설, 제주도 한라산 방문, KTX 탑승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와 의전 문제도 고민거리다. 답방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집회와 시위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청와대 상춘재가 숙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이 밖에 정부가 남산 서울타워 예약을 받지 말라는 협조를 요청했다는 얘기부터,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묶었던 워커힐 호텔로 가지 않겠냐는 얘기까지 각종 설이 무성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머물 장소를 예약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정작 북측이 안 오면 나중에 감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과거에는 국가적 이벤트라고 호텔들이 편의를 봐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현실적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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