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22일 오전 8시 2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역 인근 도로 밑에 매설돼 있던 열 수송관 파열돼 당시 100도에 달하는 뜨거운 물이 1~2m 높이까지 치솟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출근시간 큰 혼잡을 빚었다.
한 달 뒤인 3월 20일 오후 5시 20분쯤에는 분당구 방아다리 사거리 부근에서도 열 수송관이 파손, 증기와 물이 분출되면서 이 일대 도로가 통제되고 2,500여 가구는 밤사이 난방이 중단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은 당시 “수송관이 오래돼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전수조사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4일 사고가 난 백석 열 수송관도 9개월전 파열된 노후 송수관과 같은 시기에 매몰된 것이었다. 결국 지역난방공사가 9개월전 사고를 토대로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조치를 보완했더라면 유사 사건이 재발하는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30년 가까이 된 노후 배관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겨울에 접어들면서 노후 배관 사고가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상황인데도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안전 대책 수준은 현실을 따라잡기에 크게 뒤쳐져있어 향후 유사한 사건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6일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백석 열 수송관 사고의 원인은 27년 된 배관의 용접부분이 터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용접 작업은 수송관을 설치했던 1991년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백석 열 수송관 사고와 같은 노후 배관이 지하에 매설된 것만 686km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열 배관들 대부분이 고양시 일산, 성남시 분당,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30년 가까이 된 1기 신도시들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1기 신도시의 기반 시설 노후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역난방공사 측의 점검은 여전히 육안 검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 점검도 겉에서만 확인하는 수준인데다 그나마 정밀점검에 가까운 점검은 1년에 한 차례에 불과하다.
지역난방공사 점검 매뉴얼에 따르면 육안검사는 수시, 열화상 카메라는 연 2회(동절기와 해빙기), 청음가스 진단은 연 1회로 명시돼 있다. 청음가스진단은 차단 밸브와 밸브 사이에 누수가 발생하면 소리가 나는데 이를 점검하는 것이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사고 밸브는) 수시점검은 물론 열화상 카메라 점검은 올 4월과 11월 두 차례, 청음가스진단은 4월에 각각 실시했다”며 “다만 검사를 했더라도 지하에 매설돼 있다 보니 누수를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화상 카메라 등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열화상 카메라도 결국 지면에서 바라보는 구조”라며 “이번 것처럼 노후 배관은 청음식 가스진단 횟수를 늘리고 열화상 카메라와 함께 크로스 체크하는 등 정밀검사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당시 배관을 규정에 맞게 설치 했는지, 지역난방공사 직원들이 실제 점검을 제대로 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중이다. 또 40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하고, 밸브 차단까지 1시간 30분이 걸린 이유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과실이 파악되면 관련자를 형사입건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일 오후 8시 41분쯤 고양시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C빌딩 앞 도로에 매설된 수송관이 터지며 발생한 이번 사고로 송모(69)씨가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했다. 송씨는 이날 내년 4월 결혼을 앞둔 둘째 딸과 예비 사위 등과 식사를 한 뒤 돌아가는 길이었다. 또 인근 4개 단지 아파트 2861가구와 17개 상가 빌딩 등의 온수 공급이 차단되는 불편을 겪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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