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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의 어제] 내달 유로화 20년… 미래 전망 밝을까

입력
2018.12.09 15:38
수정
2018.12.09 18:1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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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오른쪽)유럽중앙은행총재가 지난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에서 다음달 1일로 다가온 '유로화 출범 20주년' 을 기념하는 대형 유로화 주화를 들고 웃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오른쪽)유럽중앙은행총재가 지난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에서 다음달 1일로 다가온 '유로화 출범 20주년' 을 기념하는 대형 유로화 주화를 들고 웃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1995년 12월 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유럽연합(EU) 정상들은 4년 후 출범할 유럽경제통화동맹(EMU)에서 쓰일 단일통화 명칭을 ‘유로(Euro)’로 결정했다. 마르크화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독일과, 마르크화 포기 없는 EU 출범은 불가하다고 맞선 프랑스의 신경전이 반영됐다. 독일이 ‘유로’를 제안하자 ‘에퀴’를 고집하던 프랑스가 주장을 굽히면서 우여곡절 끝에 이름에 합의했다.

유로화의 탄생은 공동의 외교안보, 내무ㆍ사법체계와 더불어 EU를 떠받치는 세 번째 기둥인 경제공동체가 결속하기 위한 핵심수단을 확보하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1999년 1월 정식으로 출범한 이후 유로화의 위상이 강화됐다는 평가에는 특별한 이견이 없다. 출범 당시 11개국이었던 유로존(유로를 법정통화로 채택한 국가)은 19개국으로 확대됐으며,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 비중에서도 유로화는 달러에 이어 안정적인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비EU 국가 중에서도 14개국이 유로화를 자국 통화로 쓰고 있다. 유로화 출범 직후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에 크게 뒤처졌으나 이후 환율과 이자율의 안정, 내부 거래비용 감소 등의 효과로 2000년대 중ㆍ후반에는 미국과 일본의 성장률을 앞질렀다.

그러나 2008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으로 확산된 금융위기는 ‘유로화 회의주의’라는 역풍을 불러왔다. 각국의 경제력 격차와 불균형, 금융체계를 관리 감독할 단일기구의 부재 등 성급하게 단일화폐를 도입해 화를 키웠다는 거센 비판이 나왔다. 금융위기 수습 이후에는 화폐가치 고평가로 재정위기를 맞았던 가난한 남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위기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이 컸던 부유한 독일에서 모두 ‘반(反)유로화’기치를 내건 포퓰리즘 정당들이 기세를 높이면서 유로화가 오히려 유럽의 분열을 촉진했다는 비판까지 들어야 했다.

유럽이 군사력을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현실 여건을 감안할 때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 또한 과제로 남았다. 지난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에너지 분야에서의 유로화 사용 확대를 골자로 한 ‘유로화의 경제적ㆍ정치적ㆍ금융적 비중 강화’라는 청사진을 공개했지만 내년 출범 20주년을 앞둔 유로화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유럽 전문 팟캐스트 ‘유로톡’의 운영자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9일 “유럽의 정치적 통합을 강화하려는 경제수단으로 만들어진 유로화가 20년 동안 생존에 성공한 것은 분명하다”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각국의 입김을 최소화하면서 위기 대비책을 얼마나 탄탄하게 갖추느냐가 유로화 성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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