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강릉선 탈선 후 여당서도 교체론… ‘코레일-SR 통합’도 흔들
KTX 강릉선이 탈선 사고 3일만에 운행을 재개했지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안전’에 대한 신뢰 회복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연이은 철도 사고로 안전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철도의 안전과 공공성’을 이유로 코레일이 밀어붙여온 ‘코레일-SR 통합’ 주장도 동력을 잃고 있다. 취임 후 철도 안전 관리보다는 자신의 정치 행보를 우선해온 오영식 코레일 사장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KTX 강릉선은 이날 새벽 5시30분 첫차를 시작으로 전 구간 운행이 재개됐다. 사고 발생 3일만에 사고 수습과 복구를 완료하고 운행을 재개한 셈이다.
그러나 코레일과 KTX에 대한 불신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역으로 진입하던 KTX 열차는 선로 보수 작업 중이던 굴삭기의 측면을 들이받아 작업자 3명이 다쳤다. 바로 하루 뒤엔 KTX 오송역 단전사고가 나 서울∼부산 열차 운행시간이 최장 8시간이나 걸리는 등 승객 수만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처럼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지난 8일 강릉선 KTX 탈선 사고까지 터지면서 정부 안팎에선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철도의 안전과 공공성’을 위해 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인 SR과 통합을 해야 한다는 코레일측의 주장은 설 곳이 사라졌다.
그 동안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강하게 밀어붙인 오 사장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오 사장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으로 코레일 사장 임명 때부터 줄곧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란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선 오 사장이 취임 이후에도 정치적 이슈에 주목하며 철도안전이 뒷전으로 밀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 사장은 취임 이후 남북철도, SR과의 통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전력투구했고, 노조와의 관계 개선을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우곤 했다.
오 사장의 비전문성은 철도안전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탈선 사고 직후 “기온 급강하로 선로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한 발언 때문이다. 사고 당일 강릉 지역 최저기온은 영하 7~8도 수준이었다. 오 사장의 추측대로 한파가 사고 원인이라면 이보다 더 기온이 낮은 다른 지역의 KTX 선로에도 문제가 발생해야 한다.
연이은 코레일 철도 사고에 야당은 물론 여당과 정부에서조차 분위기 일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KTX 탈선 사고에 대한 사과와 함께 쇄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상황에서 오 사장이 마냥 버티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적잖다.
정치권에선 오 사장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과를 할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은데 오 사장을 그대로 두고 가기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코레일 및 자회사 임원 37명 가운데 13명이 ‘캠코더 낙하산’ 인사로, 이것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는 코레일과 SR과의 통합 여부를 검토하는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연구용역을 당초 19일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연구시한을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연구시한을 늘린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3월 하순이 새로운 종료 시점이 된다. 국토부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검토한 뒤 코레일과 SR 통합 여부를 결론지을 방침이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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