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으로 영리병원 개설 허가를 내준 것에 대해 녹지국제병원이 반발하면서 소송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도가 허가 과정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도는 녹지병원의 ‘내국인 진료 금지’와 관련 “제주특별법에 의해 개설된 외국의료기관(녹지병원)은 특별법이 우선”이라며 “조건부 허가는 현행법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도 자문 변호사 등의 법률 검토 의견”이라고 10일 밝혔다. 외국의료기관에 대한 개설 허가는 제주특별법과 위임된 도 조례에 따라 내용이 결정되고, 이번 녹지병원 허가 또한 이같은 법적 근거에 따라 이뤄진 만큼 ‘내국인 진료 금지’로 인한 위법성은 없다는 게 도의 입장이다.
또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의 성형미용, 건강검진 서비스 제공’은 녹지병원 스스로가 명시한 것으로, 조건부 허가는 이를 근거로 의료 공공성 약화 방지라는 공익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도는 ‘보건복지부도 내국인 제외를 진료거부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복지부는 앞서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한한 경우, 의료기관 입장에서 허가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지 않는 것은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도에 전달했다.
특히 도는 녹지병원의 내국인 응급환자 진료 문제에 대해서도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만 있는 녹지병원에 응급환자가 찾아가는 상황은 허구적인 가정일 뿐”이라며 “녹지병원조차 원내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한 뒤 15분 거리 내 서귀포의료원 등 도내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도록 하는 의료체계가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도는 앞서 지난 7일에도 ‘내국인 진료 금지’에 대해 논란에 대해 “녹지병원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적극 대응하는 한편 개설 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 취소도 불사하는 등 내국인 진료 금지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녹지병원 개설 허가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 및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날 청와대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 영리병원 허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영리병원 설립 금지’ 공약사항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녹지병원 사업계획서를 공개하고, 절차적‧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영리병원 개설 승인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며 “또 제주도민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거스르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녹지병원이 들어선 제주 헬스케어타운 인근 서귀포시 동홍동ㆍ토평동 마을회는 이날 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환영했다. 이들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병원 진료를 하는데도 의료보험체계가 무너진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고 설득력도 없다”며 “이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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