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 몸으로 건강미를 뽐내던 호주의 유명 캥거루 ‘로저’가 세상을 떠났다.
호주 앨리스스프링스 캥거루 보호소 측은 8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로저가 많은 나이(12살)로 세상을 떠났다. 로저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갔다. 우리는 언제나 그를 기억하며 그리워할 것”이라며 로저의 죽음을 알렸다. 보호소 관계자는 로저가 죽기 전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며 캥거루를 추모했다.
로저는 눈에 띄는 근육과 양동이를 찌그러뜨리는 괴력 등으로 5년 전부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로저가 양동이를 찌그러뜨리는 사진은 앨리스스프링스 캥거루 보호소가 2015년 선정한 ‘가장 사랑받은 게시물’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로저는 ‘붉은 캥거루’인데 이 종은 근육을 키워 암컷을 차지하고 우두머리가 되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처럼 주먹질을 하면서 근육을 다지는데, 근육이 많은 캥거루일수록 수명이 짧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키 2m, 몸무게 90㎏에 달하는 거구였던 로저는 최근까지 보호소 내 우두머리로 활약했다. 근육질 몸으로 위압감을 주면서도 부활절 토끼 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으로 귀여움도 독차지했었다.
로저는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어미의 뱃속에서 구출된 뒤 보호소에서 자랐다. 보호소의 크리스 반스는 BBC에 “로저가 어미 뱃속에서 발견됐을 때는 그저 새끼였다”고 말했다. 반스는 로저를 키우기 위해 앨리스스프링스 캥거루 보호소를 세웠고, 현재 이 보호소에는 50여마리의 캥거루가 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전 세계인들은 페이스북에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특히 로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보호소 관계자들에게도 위로와 감사를 표현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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