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로 검찰에 고발돼 주식 거래가 정지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에 대해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 주식 거래도 재개됐다. 삼바 분식회계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참여연대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분노를 추스를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기업 계속성, 재무 안전성 등을 고려해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한국거래소의 설명을 절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뭐가 일부 미흡한가. ‘경영 투명성은 완전 없지만’이라고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유가 너무 웃기다”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삼바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자회사 장부를 합치는 과정에서 합작사 바이오젠에 삼바의 지분 ‘50%-1주’를 확보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한 삼바는 2015년 회계에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4조5,000억원의 회계상 이익을 얻었다. 관계회사로 회계기준을 변경하면 장부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 받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2017년 삼바에 대한 감리에 착수했고,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14일 “회사의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해결하려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다소 비정상적인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것이 드러났다”며 삼바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렇게 분식 회계가 드러났는데도 상장과 분식을 별개로 보면서 시장에서 퇴출시키지 않은 거래소의 판단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2013년만 해도 매출 700만원, 영업손실 4,500억원, 당기순손실 15조7,689억원을 기록했던 삼바가 분식회계로 2015년 4조원이 넘는 투자 이익을 기록하면서 이듬해 코스피에 상장된 것이므로 분식회계와 상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또한 “분식을 제거하면 당초 상장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거래소가 “공모한 이후 기준으로 본다면 분식효과 4조5,0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자본금 2,000억원이 남는다”고 답변한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4조5,000억원을 뺄 경우 완전자본잠식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회계 분식이 드러나면 모든 기업들은 ‘분식을 제거할 경우 재무제표는 이와 같습니다’라는 수정 재공시를 하는데 삼바는 그런 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상장 유지와 주식거래 재개 결정은) 삼성이니까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교란자를 그대로 둔다는 건 금융당국이 관리ㆍ감독 기능을 방임하는 것”이라며 관계기관을 질타하기도 했다.
한편 삼바 주식은 거래 재개 첫날 급등세를 보였다. 11일 오전 9시55분 기준 전 거래일(33만4,500원)보다 17.19%(5만7,500원) 오른 39만2,000원에 거래됐다. 장 초반 42만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