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료를 잃었습니다. 지난 10월에도 ‘정규직 안 해도 좋다,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말했는데, 오늘 또 동료를 잃어야 했습니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비정규직 공동 투쟁’ 소속 비정규직 100인의 기자회견에서 발전소 비정규직 근로자 이태성씨가 이렇게 울먹였다. 기자회견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이보다 앞선 이날 새벽 충남 태안군 화력발전소에서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김모(24)씨가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씨는 “25세 꽃다운 청년이 석탄을 이송하는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면서 “이제 더는 옆에서 죽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대통령은 새해 초에 ‘국민 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하청 근로자도 국민이다. 비정규직 100인과 대화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기간제 교사와 대형마트 근로자, 방송 드라마 스태프, 환경미화원, 대학 비정규직 강사, 특수 경비, 학교 상담사, 국립오페라합창단 성악가, 대리운전 노동자 등 비정규직 100인이 함께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라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통령의 첫 업무 지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였는데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며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라는 '가짜 정규직'이었고, 일부 비정규직은 해고 통지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기다려달라고 한 1년 6개월 동안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은 넝마주이가 됐고, 주 52시간 근무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처벌 유예로 무력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이 재벌총수와 자영업체, 중소기업체 사장과의 면담을 진행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와의 만남은 갖지 않았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은 해가 가기 전에 비정규직과 만나야 한다"며 "적폐 청산의 대상이었던 재벌들도 만난 대통령이 비정규직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비정규직 100인은 아울러 국정과제 1호였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의 제대로 된 실천과, 비정규직 노동 3권 보장,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 등을 요구했다. 21일부터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과 만나 이 같은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때까지 촛불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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