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의 안중근 동상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지시로 제작된 정황이 끝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제작 배경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된 만큼 동상 제작배경을 둘러싼 진위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의정부법원 민사12부는 전날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시민단체인 버드나무포럼 김모 대표 등 4명 상대로 낸 명예훼손 등에 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안 시장의 원고 청구를 기각(패소)했다.
이 소송은 안 시장이 안중근 동상 제작 배경과 관련, 여러 의혹을 제기한 김 대표 등을 상대로 2017년 12월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김모 대표 등도 손해배상청구 반소로 맞섰다.
김 대표는 선고 이후 “안중근 동상과 관련, 중국 정부 등을 통한 시진핑의 제작지시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정부시가 확인된 것처럼 발표했다”며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은 법원 판결문에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어 “의정부시 공무원들도 시 주석의 지시나 제작비용 16억원, 쌍둥이 동상 제작 등의 주장 역시 모두 사실 확인이 안 된 것이라고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동상이 시 주석의 지시로 제작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최초 발언자인 안 시장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안 시장은 2014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차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이 동상 제작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시민들을 기만한 부당한 행정으로, 안 시장을 무고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상을 둘러싼 구설은 이뿐만이 아니다. 안중근 의사의 외모와 다른 점, 안 의사의 상징인 네 번째 손가락(약지) 한 마디가 그대로 있는 점 등으로 엉터리 제작, 부실고증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의정부시는 “이번 판결은 동상 제작 배경과는 무관하며, 선고 때도 제작 배경의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최종 판결문을 받아본 뒤 입장을 내겠다”고 했다.
앞서 의정부시는 중국 민간단체인 차하얼(察哈爾)에서 제작해 기증한 동상(높이2.5m)을 2017년 8월 의정부역 역전 근린광장 설치했다.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하기 위해 달려가는 형상이다. 의정부시는 이 단체에서 16억원을 들여 쌍둥이 동상을 제작해 하나는 의정부시에, 하나는 하얼빈시에 각각 설치키로 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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