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활동하며 ‘트럼프의 충복’으로까지 불렸던 마이클 코언(52)이 12일(현지시간) 징역 3년형을 받고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2016년 미국 대선 직전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혼외정사 사실을 덮기 위해 상대 여성 두 명에게 ‘입막음용 돈’을 지급(선거자금법 위반)하고, ‘러시아 트럼프타워’ 건설 계획과 관련해 의회에서 거짓 증언(위증)을 한 혐의 등에 대한 1심 결과다. 이미 코언이 재판 과정에서 유죄를 인정하긴 했으나, ‘트럼프 지시에 따랐다’는 그의 해명에도 법원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궁지에 내몰리게 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윌리엄 포울리 판사는 이날 코언의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위증 혐의에 대해선 징역 2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징역 2개월은 3년 형기에 병과돼 실제 복역 기간은 총 3년이다. 앞서 연방검찰과 로버트 뮬러 특검은 코언에게 금융사기, 탈세 혐의도 적용했는데, 법원은 이와 관련 벌금과 몰수, 배상금 등을 합해 총 200만달러를 지불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포울리 판사는 코언의 범죄에 대해 “사기 행위의 진정한 집대성”이라며 “각각의 범죄엔 속임수가 내포돼 있고, 개인적 욕심과 야심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민주주의 제도에 훨씬 더 나쁜 해악을 끼친다”면서 “코언이 연방검찰, 특별검사 수사에 도움을 줬지만 이것만으로 죄가 면해지는 것은 아니며 수감기간을 갖는 게 정당하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코언의 복역은 내년 3월6일부터 시작된다. 선고 직전 코언은 “나의 유약함과 (트럼프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이 어둠의 길을 택하도록 이끌었다”며 “그(트럼프)의 더러운 행위를 덮어주는 게 내 의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 수행은 물론, 2020년 재선 가도에도 커다란 위협을 맞게 됐다. 코언이 유죄를 선고 받은 핵심 혐의의 정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코언은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를 건넨 것과 관련,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 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결국 ‘불법 선거기부금’이라는 게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다. 선거자금 개인기부 법적 한도는 2만7,000달러다. 검찰은 특히 “코언은 트럼프의 지시에 따랐다”고 법원 제출 서류에 적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애청하는 폭스뉴스의 법률전문가인 앤드루 나폴리타노는 “트럼프가 중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검찰이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 칼럼니스트 미셸 골드버그도 “트럼프는 재임 중엔 형사기소를 면하겠지만, 재선 실패 땐 교도소로 직행할 것”이라며 “백악관과 교도소의 갈림길에 선 그에게 2020년 대선은 ‘사생결단 선거전(death match)’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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