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시달리던 학생들 반발, 자해로 응급실 가기도
경기 여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 교사가 상습적으로 학생들에게 폭언을 하고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사는 병가를 낸 지 두 달 여 만에 아무 제재 없이 복귀했고, 한 학생은 자해를 시도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상담 조사까지 했지만 교사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았다.
13일 여주 A초 관계자 등은 이 학교 5학년 한 학급 학생 14명 중 7명이 학기 초부터 담임인 B교사에게 폭언을 듣고 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B교사는 책 제목을 대답하지 못하는 학생의 머리를 책으로 내리치고, 맞춤법을 틀릴 때마다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치거나 팔목을 세게 잡아 손톱 자국이 찍혀 피가 나기도 했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 학생에게 “그것도 병”이라고 말하는 등 일부 학생에게 폭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담임 선생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며 자해를 한 학생까지 있었다.
학생들은 반년을 참다가 지난 9월 10일 C교사에게 상담을 청해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 한 학생은 “담임 선생님을 신고하려고 어제 112에 전화를 걸었다가 무서워서 끊었다”고 호소했다. 아이들과 상담을 마친 C교사는 교감과 교장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학교 측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학생들에게 “경찰 신고는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와 함께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노력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C교사는 “교감이 즉시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고 했으나 교장이 학교 자체 진상조사 및 5학년 담임과 면담 후 사안을 처리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까지 B교사와 학생들을 격리하는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B교사는 학생이 작성하던 피해사실 진술서를 빼앗아 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여주교육지원청의 담당 장학사는 12일 A초등학교를 방문했고, 학교는 그제서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B교사는 이날 병가를 냈다.
신고를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 학교에서 피해 학생들을 면담했지만 B교사가 학대했다는 진술은 없었다는 결론을 여주교육지원청과 학교 측에 전달했다. 학교와 여주교육지원청 등은 회의를 통해 가해 교사의 복귀를 결정했다. 담당 장학사는 “자해를 한 학생의 주치의가 ‘부딪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고, 학생도 담임 교사가 돌아오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해 교사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병가 두 달 여 만인 지난달 15일 담임으로 복귀했다. 학생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상담에서 피해 사실을 가감 없이 알렸는데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학생은 “다른 지역에서는 학생에게 ‘너 멍청이야’라고 말한 담임이 교체됐다는데 우리를 때리기까지 한 선생님은 왜 안 바뀌느냐”고 반발했다. C교사는 “기존에 자해를 했던 학생이 가해 교사 복귀 이후 다시 자해를 해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면서 “이 학생은 상담에서 담임선생님 복귀로 인해 자신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지고 무력하다는 진술을 자필로 남겼다”고 전했다.
A초 교장은 초동 조치가 늦은 것에 대해 “아이들 이야기만 듣고 조치를 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틀 후인 12일) 신고사안이라고 판단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알렸다”고 설명했다. B교사의 복귀에 대해서는 “본인이 ‘아이들하고 이렇게 끝내는 것은 아니다. 잘 마무리하고 싶다. 자신이 있다’고 말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B교사는 비정기 전보를 신청해 다른 학교로 옮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자해를 한 아동 이외에는 아동학대에 대한 진술이 없었고 자해 아동도 교사의 영향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모니터링 해야 하는 사례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B교사의 훈육스타일에 대한 자극 등 교사에 대한 개입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주교육지원청에 지도점검 관리 강화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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