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전에 도착했는데 못 탄다고….”
지체장애1급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박경석(58)씨는 최근 수모를 겪었다. 13일 오전 서울역에서 경남 창원중앙역으로 향하는 KTX를 타려다 열차 출발을 방해한 자로 몰렸기 때문이다. 출발시간(오전 10시5분) 8분 전에 승강장에 도착했지만, 코레일은 그가 탄 휠체어를 문제 삼았다. 10분 전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휠체어리프트 제공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정작 열차는 출발 4분 전에야 승강장으로 들어왔다. 부당하다고 생각한 박씨가 코레일 측에 크게 항의한 끝에야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 심지어 코레일은 KTX가 정차하는 역마다 ‘방해로 지연됐다’고 방송까지 했다. 박씨는 “늦지 않으려 서울 동대문구에서 오전 7시에 출발했다”라며 “교통약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많은 휠체어장애인은 열차 탑승의 애로를 호소한다. 비장애인과 달리 출발 10~15분 전에 역에 도착하지 않으면 태워주지 않아서다. 장애인콜택시 지체 등으로 부득이 일찍 도착하지 못하면, 다음 열차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인 지체장애1급 이형숙(51)씨는 “지난 10월 전남 여수 회의에 참석하러 열차 출발 7분전 서울역 승강장에 도착했지만 늦었다며 탑승하지 못했다”라며 “리프트 설치에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데, 열차가 연착된다며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뇌병변1급으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최강민(43)씨는 “열차 휠체어석이 예매되면 그에 따라 코레일이 미리 리프트를 준비하면 될 텐데, 역에 가서야 안내를 해 준다”며 “이동시간이 오래 걸리고, 역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위치를 찾기도 어려워 헤매는 경우가 많은 휠체어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속상해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교통행정기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출발시간보다 이른 휠체어장애인 열차 탑승시간은 엄밀히 말해 차별인 셈이다.
코레일은 내부 규정인 승객 안전매뉴얼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안전한 열차 탑승을 위해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출발 방해라고 열차에 공지한 것은 담당자의 표현 미숙”이라고 밝혔다. 이어 “휠체어장애인이 발권할 때 역에 일찍 도착해달라는 공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체장애1급 하모(27)씨는 “지금껏 온라인 예매를 할 때 리프트 사용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코레일에서 미리 휠체어표를 확인해 준비해두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코레일 애플리케이션인 ‘코레일톡’으로 휠체어석을 예매하니 ‘도우미서비스를 미리 신청해달라’는 안내만 있을 뿐, 휠체어리프트 사용을 위해 미리 도착해달라는 언급은 없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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