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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성]“장애학생이 자꾸 만져요” 그늘에 갇힌 발달장애인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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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성]“장애학생이 자꾸 만져요” 그늘에 갇힌 발달장애인의 성

입력
2018.12.19 09:00
수정
2019.01.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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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끌어안기, 치마 들춰 속옷 보기, 수업 중 자위 행위 등 많은 일들이 있었죠.”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발달장애 학생들의 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본능에 따른 성적 호기심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비장애인보다는 이해력과 이성적으로 성적 욕구를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뜻하지 않은 사고가 더러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이라면 엄연히 성 범죄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인식을 못하는 발달장애 학생들에게는 그저 호기심의 해소일 뿐이다. 이 때문에 가족이나 학생, 교사 등 엉뚱한 사람들이 피해를 봐도 마땅한 해결책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수학급이 있는 ㄱ중학교의 졸업생 이모(16) 군은 학교에서 발달장애 학생의 성추행을 종종 목격했다. 여학생을 끌어 안거나 치마를 들춰 속옷을 보는 행동 등이었다. 학생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더러 여교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 씨는 “그 학생은 호감 가는 사람이면 학생이든 선생님이든 가리지 않았다”며 “여학생들 앞에서 자위 행위를 하거나 선생님 앞에서 비속어를 사용해 야한 얘기를 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교사가 야단쳐도 소용 없다. 발달장애 학생들은 비장애인 학생들보다는 상황 판단이 힘들고 이성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야단을 맞으면 자살한다며 자해를 하거나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

학교의 대응도 한계가 있다. 이 군은 “발달장애 학생이 성 관련 문제를 일으키면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처럼 교내 봉사와 벌점 처리 등 생활지도를 한다”면서도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다 보니 같은 일이 계속 되풀이 됐다”고 지적했다.

수치심은 고스란히 얄궂은 피해를 본 다른 학생들의 몫이었다. ㄴ중학교 2학년생 정은경(15∙가명)양도 장애 학생이 수업 중 자위 행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장애 학생 지도를 전담하는 특수교사에게 알렸다. 특수교사가 해당 학생을 불러 교육을 시켰지만 임시 방편에 불과했다.

ㄱ중학교 1학년생 김윤아(13∙가명)양은 발달 장애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 접촉을 겪고 나서 특수교사에게 말을 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양은 “담임선생님께 말씀 드리지 못해 특수반 선생님에게 말씀 드렸는데 타일러 보겠다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특수 교사라고 발달장애 학생들의 성 문제에 뾰족한 해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수교사들이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ㄴ중학교 특수교사 박 모씨는 “나도 성적 호기심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며 “중증 발달장애 학생이 성적 호기심을 갖고 과도한 신체 접촉을 하는 바람에 결국 부모와 상담 후 입원 치료를 받게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도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박 모씨는 서울시 교육청에 발달장애 학생들의 성 문제를 상담했지만 “어쩌겠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특수교사조차 이런 일을 겪으면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낀다. 특히 젊은 여교사의 경우 커다란 정신적, 심리적 충격을 받기도 한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사는 가족들도 장애 정도에 따라 성 문제와 관련해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다. 한 장애인 부모는 “더러 가족에게도 성 추행이나 성 폭행을 하기도 한다”며 “어떤 엄마는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관련 단체에 따르면 스스로 성적 욕구를 조절하지 못하다 보니 하루 종일 집에서 자위 행위를 하는 바람에 신체가 손상된 발달 장애인도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발달 장애인 가운데 집에만 머무는 성인 발달 장애인 비중이 26%에 이른다. 그런데도 이들의 성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방법이 딱히 없다.

◇ 발달장애 학생수 늘어 가는데…갈팡질팡 특수교육 좌표

국립특수교육원 자료.
국립특수교육원 자료.

발달장애인들의 성 교육 필요성이 대두되지만 열악한 특수교육 현실 속에서 이는 언감생심이다. 우선 장애 학생을 가르칠 특수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출산율 저하로 학생수가 줄고 있는 중에도 장애학생 수는 증가하고 있다. 국립특수교육원에 따르면 전체 장애 학생수는 2009년 7만5,187명에서 올해 9만780명으로 20% 증가했다. 하지만 특수교사는 일반학교와 특수학교 합쳐서 2만39명이어서 교사 1명이 장애학생 4.5명을 맡는다. 현재 특수교사 법정 배치 기준인 학생 4명 당 교사 1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만 다니는 특수학교는 학생 3명 당 교사 1명으로 특수교사 비율이 비교적 괜찮은 편이지만 일반학교는 그렇지 못하다.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학교는 특수교사가 학생 4.4명 당 1명 수준이며 특수학급이 없는 학교는 아예 장애인을 담당하는 특수교사가 없다. 특수학급이 없는 일반학교에도 전체 장애학생의 17%인 1만5,595명의 장애학생이 다니고 있다. 이들은 특수교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제대로 된 전문 교육 없이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에서도 장애학생들이 제대로 된 성 교육을 받기 힘들다. 특수교사 1인당 학생수가 평균 4.4명이지만 학생이 10명씩 배정된 학교도 수두룩하다. 특수교사 박 모씨는 “장애 학생 별로 특성을 파악해야 교육이 가능한데 인원이 많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일반학교 교사는 특수교육을 배운 적이 없어 더욱 막막하다. 특수학급이 있는 ㄷ중학교의 권 모(25·여) 교사는 “교사가 따로 신청해서 특수교육 강의를 듣거나 관련 연수를 1년에 1, 2회 받는다”고 말했다. 사범대를 졸업한 이 모(26∙여)씨는 “사범대 학생들이 수강하는 특수교육 교과는 2학점짜리 특수교육학개론이 전부”라며 “이런 상태로 발달장애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은 힘들다”고 역설했다.

◇ “이론 배워서 논문 쓸 일 있나” 장애인 성교육 현실성 ‘제로’

대학에서 교직과목으로 특수교육을 배웠어도 성 교육을 하기 힘들다. 특수교육학개론에서 성 교육을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복수의 특수교육과 관계자는 “성 교육과 성 문제 대처법은 대학 교육과정에 없다”며 “그렇다 보니 특수교사들도 성 교육이 어려워 성 문화센터 등 성 교육 전문기관에 발달장애 학생들의 성 교육을 맡긴다”고 답했다.

그러나 성 문화센터의 교육은 장애 특성을 고려한 교육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발달장애 아들의 성 교육을 여러 차례 참관한 윤 모씨는 “너무 이론적”이라며 답답하게 여겼다. 윤 씨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성기 명칭을 가르친다”며 “당장 자위 행위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런 이론 교육이 무슨 소용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론만 아는 전문가보다 장애인을 자주 접한 현장 전문가가 더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발달 장애인 부모들은 장애인 성 교육 전문가를 양성하고 관련 교재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발달 장애 정도에 따라 성 추행, 자위 행위 등 상황 별 대처 교육이 필요하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윤 모씨는 “일본은 장애인 성교육 전문가가 따로 있어서 실시간 상담을 해준다”며 “상황별 대처 요령을 담은 교재만 있어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통해 장애인 성 교육 전문가를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관련 기사 : [장애인의 성]대책 마련 시급…외국에서는 성 도우미 합법)

◇ “장애인 성욕 인정 해야” 장애인 성인용품 등장

발달장애인의 성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들도 성욕의 주체라는 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장애인도 사람이기에 성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성욕은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충동적 분출을 막을 수 있으나 발달 장애인의 성욕은 막혀있기만 한 상황이다.

한 특수교사는 수업 중 발달 장애 학생의 자위 행위를 막으려고 하자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했다고 증언했다. 그만큼 발달 장애인의 성욕을 일반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애인 성 문제가 여전히 음지에 갇혀있지만 조금씩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국내 성인용품 업체 바나나몰은 최근 장애인들의 성욕 해소에 도움이 될만한 장애인 전용 성인용품을 개발했다. 오랫동안 장애인을 무성적 존재로 여겨왔던 풍토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다. 정윤하 바나나몰 홍보팀장은 “그 동안 장애인 성 교육은 정신적 수양을 통해 이겨내자는 식이 많았다”며 “복지단체인 ‘장애인푸른아우성’의 의견을 반영해 장애인 성 문제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성인용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성 문제를 금기시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논의를 거쳐 발달장애인들의 성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두희 인제대학 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교사들도 발달 장애인들의 성교육에 대해 아는 게 부족해 제대로 된 성 교육이 힘들다”며 “국내에서 성 문제의 공개 논의를 금기시하는 태도 또한 장애인 성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장애 특성에 맞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성교육과 장애인의 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김가현 인턴기자

<반론보도문>

Hankookilbo.com은 2018년 12월 19일 “‘장애학생이 자꾸 만져요’ 그늘에 갇힌 발달장애인의 성”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시립중랑청소년성문화센터 성 교육 자료를 언급하며 해당 센터에서 제공하는 성 교육 내용이 지나치게 이론적이라고 유아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중랑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는 ‘본 센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설치 운영되고 있는 장애ㆍ비장애 통합 청소년성문화센터로서 이론적인 교육을 지양하며 장애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인 성교육을 진행해왔고, 매뉴얼 개발ㆍ배포 및 전문강사 양성을 하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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