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은 도내 예멘 난민 신청자 중 심사 결정이 미뤄졌던 85명 가운데 언론인 출신의 2명을 난민으로 인정키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4월 이후 제주에서 출도가 제한된 예멘난민신청자 중 난민 인정 결정이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발표된 출입국청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신청자들 가운데 출국으로 심사가 직권 종료된 11명을 제외한 74명 중 2명은 난민 인정, 50명은 인도적 체류허가, 22명은 단순 불인정 결정이 내려졌다. 난민인정 요건에 해당되지 않지만 추방될 경우 예멘의 현재 내전 상황에 비춰볼 때 생명 또는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 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 50명에 대해선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제3국에서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 사람 등 국내 체류가 부적절하다고 점쳐진 22명에 대해선 단순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앞서 발표한 심사 결과까지 종합하면 예멘인 난민 신청자 484명 중 난민 인정자는 2명,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단순 불인정 56명, 직권종료(난민신청을 철회하거나 출국 후 재입국 기간 내에 입국하지 않은 자) 14명이다.
이번에 난민으로 인정된 언론인 출신 두 예멘인은 기사작성으로 인해 납치나 살해 위협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점이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정치적 견해에 따른 박해가 인정된 셈이다.
난민으로 인정된 두 명의 예멘인 A씨와 B씨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제주 제주시 모처에서 만난 A씨는 “제주에 입국한 후 6개월 동안 기다린 끝에 난민 인정 통보를 받아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선 한국어 공부를 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는 차차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가족들이 예멘에서 전쟁으로 인해 힘들게 살고 있기 때문에 초청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서 “우선 어머니를 초청하고 싶다”고 전했다. 난민 인정자는 가족 초청을 할 수 있고 초청된 가족 역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다. 아울러 자유로운 취업은 물론 지역 건강 보험 가입과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지정 등도 가능하다.
난민으로 인정된 B씨 역시 “처음 제주 왔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고 기쁘다”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혼자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민으로 인정된 2명과 달리 나머지 482명은 내전이나 강제징집을 피해 임시 도피했을 뿐 기자들처럼 정치적 박해를 받은 사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됐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줬다는 평가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가입 후 올해 상반기까지 총 4만2,009명이 난민 신청을 했는데 이 중 4%인 849명만 난민 인정을 받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선진국 평균 난민 인정률은 38% 가량이다. 이번 제주 예멘 난민 인정률은 0.4%에 그쳤다.
이날 예멘 난민 심사 결과를 두고 국가위원회와 난민지원단체, 난민반대단체 등 모두 반발하고 있어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심사 결과, 단순 불인정된 56명의 신변과 인도적 체류자들이 처할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부정 여론을 급히 무마하기 위한 일률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무부는 단순 불인정 받은 56명에 대해 ‘제3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자’와 ‘범죄 혐의 등으로 국내 체류가 부적절한 자’라고 밝혔지만 이런 사유가 난민법과 난민의지위에관한협약의 난민 제한 사유에 명확히 부합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등 난민반대단체들은 이날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난민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소리를 외면한 채 허술한 난민법을 악용해 인도적 체류라는 꼼수로 반국가적, 반국민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난민 인정을 받은 2명에 대해서는 당장 난민 자격을 박탈하고,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예멘인 등 전원을 즉각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mala@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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