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으로 손목ㆍ엉덩이ㆍ척추 관절 골절
한 번 낙상하면 다시 낙상할 위험 60~70%
본격적인 한파로 몸과 마음이 잔뜩 움츠러진다. 특히 쌓인 눈이 녹지 않고 얼어 빙판길 낙상이 늘고 있다. 낙상하면 단순히 찰과상에 그치지 않고 손목ㆍ엉덩이관절ㆍ척추 압박 골절 등이 생기기 쉽고, 심하면 목숨을 위협하는 합병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발표한 2014~2016년 구급활동현황을 보면, 3년 간 전체 사고 부상자(27만548명) 가운데 낙상으로 인한 부상이 14만4,987명으로 전체의 52%나 된다. 특히 도로 결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2월(1만3,792명)과 1월(1만1,435명)의 낙상사고가 전체의 17%를 차지했다. 게다가 낙상 환자의 절반은 65세 이상 고령인이다. 구경회 분당서울대병원 관절센터 교수는 “낙상으로 입원한 고령 환자의 50% 정도만 1년 이상 생존한다”며 “한 번 낙상한 고령인이 다시 낙상할 위험이 60~70%”라고 했다.
◇빙판길 가벼운 낙상만으로 골절돼
겨울철에는 다른 계절보다 운동신경이 둔화되고 복장이 두꺼워 반응이 더뎌져 넘어지면서 골절이 생기기 쉽다. 이창훈 을지대 을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낙상으로 인한 골절로는 손목 골절, 엉덩이관절(고관절) 골절, 척추 압박 골절 등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넘어질 때 순간적으로 팔을 짚거나, 엉덩방아를 찧으면 자신의 몸무게가 해당 부위에 그대로 실리게 되고, 손목, 허리, 엉덩이, 척추 등에 힘이 과도하게 가해지기 때문이다. 평소 골다공증이 있다면 사소한 낙상만으로도 뼈가 부러질 수 있다.
손목 골절은 고령층에서 가장 빈번히 발생한다. 아래팔 부분의 2개의 뼈인 요골(손목뼈)에 주로 생긴다. 골절 부위가 심하게 아프면서 붓고 손목을 돌리기 힘들어진다. 심하면 눈에 보일 정도로 골절이 변형된다.
반면 젊은 층에서 많이 생기는 손목 골절은 주상골 골절이다. 주상골은 엄지손가락과 이어지는 뼈로 손바닥을 폈을 때 가장 두툼한 부위다. 손목 주위에 발생하는 골절은 치료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골절이 심하면 진단하기 쉽지만, 경미하면 단순히 삔 것(염좌)인지 골절인지 구분하기 애매하기 때문이다.
특히 손목염좌나 골절을 방치하면 10년 내 외상성 관절염이 올 수 있으므로 빨리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가 받아야 한다. 게다가 손목은 매우 복잡하고 민감해 골절이 관절을 침범했을 때 정확히 맞추지 않으면 수술 후 다른 부위까지 아플 때가 종종 있다.
넘어질 때 척추에 하중이 많이 가해져 발생하는 척추 압박 골절도 문제다. 배장호 서울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은 “척추 골절이 생기면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상태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아프다”며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더 아프고, 다리 통증으로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진다”고 했다. 배 원장은 “방치하면 만성 허리 통증을 일으키고 심장과 폐 기능까지 약해지기에 이상을 느끼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엉덩이관절 골절, 1년 내 19~33% 목숨 잃어
손목 골절이나 척추 압박 골절은 골절된 상태에 따라 석고 고정(깁스)이나 침상 안정 등 비수술적 요법을 택할 수 있지만 엉덩이관절 골절은 대부분 수술해야 한다. 엉덩이관절은 허벅지 뼈인 대퇴골과 골반이 연결되는 부위로, 골다공증이 있는 고령인이 집안이나 빙판길을 가다가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을 때 쉽게 부러질 수 있는 부위다. 엉덩이관절 골절 수술기술이 발전해 전과 달리 빨리 체중을 싣고 보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또 다른 변수는 바로 고령인의 평소 건강상태다. 손목 골절은 50~60대, 척추 골절은 60~70대에 흔히 나타나지만 엉덩이관절 골절은 주로 80대 이후 발생한다. 인체에서 가장 두꺼운 뼈가 부러지는 원인에는 고혈압, 당뇨병, 심폐기능 장애 등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엉덩이관절이 골절돼 수술을 받을 때 기력이 약하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기존 질환도 악화될 위험이 높다.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면 엉덩이관절 골절 발생 후 1년 내 사망률은 19~33%나 된다. 따라서 가능한 한 번 수술과 조기 체중 부하가 가능한 수술 위주로 진행하고 환자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지팡이 필수, 집안에서도 조심을
뼈와 근력이 약해진 고령인이 낙상으로 골절되면 치료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겨울철 빙판길 낙상 예방이 중요하다. 박윤길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으면 쉽게 균형을 잃어 낙상할 위험이 높으므로 절대 손을 넣지 말아야 하며, 지팡이 등 보조기구를 활용하면 좋다”고 했다. 신발은 굽이 낮고 폭이 넓으면서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것을 신는 것이 좋다.
집안에서도 방심은 금물이다. 필요한 물건은 손이 닿는 가까운 곳에 두고 사용하는데 편리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무리해서 꺼내다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실이나 베란다는 물기가 없도록 주의하고 슬리퍼 역시 미끄럽지 않은 것을 사용하거나 미끄럼방지 안전판을 설치하도록 한다. 실내 보온에 신경 쓰고 추위에 몸이 경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밤에는 화장실에 가다 넘어지기 쉬우므로 저녁 8시 이후엔 물을 너무 많이 마시지 않아야 한다.
특정 약물 복용도 낙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원장원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혈압약, 당뇨병약, 전립선비대증약, 감기약, 관절염약, 수면제 등 복용하는 약물 때문에 어지러워 넘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일상생활 속 낙상 예방법]
①항상 천천히 일어나고천천히 앉기. 누웠다 일어나기 전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자.
②날이 너무 추운 날에는 외출을 삼가자.
③가급적 평지를 걷고 장갑을 끼고 손은 주머니 밖에 두자.
④침대는 낮게, 적절한 조명, 발에 걸릴만한 것을 치우자.
⑤화장실엔 물기 없게, 손잡이나 미끄럼 방지매트를 설치하자.
⑥부엌과 선반에 물건은 낮게, 꺼낼 땐 바퀴 없는 튼튼한 발판의자로.
⑦주기적인 운동과 단백질을 섭취하자. 그냥 걷기 보다는 근력과 균형 운동을 늘리자.
⑧지나친 저염식은 피한다. 아주 적은 음주도 좋지 않다.
⑨요실금이나 밤에 화장실을 자주 가면 꼭 치료받자.
⑩약이 너무 많거나 수면제가 필요하면 반드시 병원에서 상담 받아 약을 조절하자.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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