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불법체류 니말씨에게…
“너무 좋아요. 내일(17일) 사원(대구 달서구 스리랑카사원)에 가서 사람 만날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어서)너무 고마워요. 아직 뭘 할지 모르겠어요. 아버지 많이 아프다. 위 90% 잘라냈다. 영주권을 받고 나서 스리랑카에 가야 해요. 그 다음에 취업 알아볼거예요.”
불법체류자로 지내다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영주권을 받게 된 스리랑카인 니말(39ㆍNimal)씨는 아직은 어눌한 한국 말투였지만 기쁨에 가득찬 표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건강이 좋지 않은 고향의 아버지 걱정부터 했다.
니말씨는 지난해 2월 경북 군위군 고로면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가 90대 할머니를 구한 것이 인연이 돼 불법체류 스리랑카인으로는 처음으로 영주권을 받게 됐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영주권을 받게 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는 지난 13일 참석위원 만장일치 의견으로 니말씨에게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는 영주권(F-5비자)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영주권은 18일 오전 대구 동구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수여한다. 니말씨가 구조한 할머니 가족과 주한스리랑카대사관 관계자, 김영만 경북 군위군수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니말씨는 지난해 2월 경북 군위군 고로면의 한 과수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취업비자가 없어 정식 취업을 못하고 과수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먹던 중 동네 사람이 달려와 “할머니 댁에 불이 났다”고 하는 말을 듣고 곧바로 달려갔다. 화염이 진 전체를 뒤덮은 상황에서 그는 망설임 없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다. 매캐한 연식 속을 10여분간 헤매다 의식을 잃기 직전의 할머니를 발견, 등에 엎고 탈출했다. 니말씨는 “그때,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나 구해야겠다는 생각 이외에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가는 컸다. 화염에 이마와 오른쪽 뺨에 화상을 입어 아직도 흉터가 남아 있다. 1개월여 입원 후 계속된 치료로 ‘거의 완쾌’ 판정을 받았지만 아직도 잦은 기침 등으로 고생한다.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 건강보험혜택을 받은 병원비 800만원도 반환해야 할 지경에 처하기도 했다.
그의 선행이 알려지자 각계에서 후원이 답지했다. 보건복지부는 그를 의사상자로 지정했다. 병원비도 감면 받게 됐다. LG복지재단은 그를 LG의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법무부는 그에게 강제송환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도록 기타(G-1) 비자를 발급하고 각종 범칙금ㆍ과태료 등을 면제했다. 니말씨는 지난해 대구 달서구 스리랑카사원 신도회장 등과 함께 모국을 방문했지만 어머니는 끝내 숨진 뒤였다. 2016년 위암 수술을 받은 부친의 병세도 악화해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스리랑카에서 수학 교사로 근무했다고 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 치료비를 벌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2011년 고용허가제비자(E-9) 자격으로 입국, 자동차부품공장 등에서 일했지만 2016년 7월 체류기한 만료돼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이제 자유롭게 양국을 오갈 수 있게 됐지만 니말씨는 계속 한국에 살고 싶다. “스리랑카도 젊은 사람들이 많아 저처럼 나이 많은 사람을 고용하려 하지 않으려 해 실직자가 될 게 분명하다”며 “자리가 잡히는 대로 고향의 아내와 12살, 8살 두 남매를 초청해 함께 한국에서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퇴원 후 대구 스리랑카 사원의 쪽방에서 살아온 그는 올들어 경북 경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취업비자가 없어 정식 취업은 불가능하지만, 잠깐씩 아르바이트 형태로 생계비도 벌고 있다. 군위군은 영주권을 받게 된 니말씨에게 취업을 알선해 주기로 했다.
경산=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