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경제정책방향] 전방위 경제활력 제고 총력…공유민박 허용 등 규제개혁 추진
정부가 현대차의 신(新)사옥 건설 등 기업의 투자애로를 즉각 해소하고 민간투자사업 제도를 개편해 내년 민간 부문에서 12조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자동차를 살 때 내는 세금(개별소비세)을 깎아주는 정책도 내년 6월까지 연장하고, 서울시내 면세점도 더 늘려 내수를 진작시키기로 했다. 서울이나 제주 등 도시 지역에서 내국인에게 집이나 방을 빌려주는 공유민박을 허용하는 규제개혁도 추진한다.
정부는 1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둔화, 미중 통상마찰, 수출둔화 등으로 내년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와 유사한 2.6~2.7%로 제시했다.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한국은행 2.8% 제시)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에는 재정ㆍ금융ㆍ제도개선 등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기업 등 민간의 경제활력을 제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게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이다. 작년 말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일자리ㆍ소득주도성장’을 제시했는데, 내년에는 정책 무게중심을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에 실은 셈이다.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궤도 수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핵심 과제는 투자 활성화다. 먼저 정부는 ‘투자대기’ 상태인 6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4개)가 내년 상반기 중 조기 착공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옛 한국전력 부지(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짓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프로젝트(3조7,000억원)가 대표적이다. GBC 건설 프로젝트는 2014년 9월 한전부지 매입 이후 4년이 지나도록 강남 부동산 과열 등의 문제로 국토교통부 산하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이 같은 행정절차를 빠르게 해소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도 “최근 (쟁점에 대한) 보완 방안이 마무리돼 내년 1월까진 본회의에서 심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1조6,000억원) △서울 도봉구 창동 일대 케이팝(K-Pop) 공연장(5,000억원) 건설 등도 추진한다.
민간투자사업제도를 개편해 6조4,00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도 유도한다. 지금은 도로ㆍ철도 등 53종 시설에서만 민간 부문이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ㆍ운영하는 민자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법을 개정해 민자사업 대상을 모든 공공시설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경우 완충저류시설(산업단지 내 화재ㆍ폭발 등 각종 사고로 독성 유출수가 인근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시설) 등의 분야에서 1조5,000억원 이상의 민자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또 정부는 이미 민자 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항만개발, 도심지 하수처리장 현대화 등 4조9,000억원 규모의 민자사업도 조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자동차 개소세 내년 6월까지 연장
이번 경제정책방향에는 소비나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내수 지원책도 담겼다. 자동차를 구입하면 개별소비세(개소세ㆍ공장 출고가의 5%), 교육세(개소세의 30%), 부가가치세(공장출고가와 개소세, 교육세 합계액의 10%) 등 세금이 붙는다. 앞서 정부는 소비심리 위축을 이유로 지난 7월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자동차 개소세를 5%에서 3.5%로 인하했는데, 이 조치를 내년 6월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 등을 중심으로 시내 면세점(10월 기준 전국 26개)을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현재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만 3인 이상 단체관광객에게 발급하는 단체비자를 인도 단체관광객에도 추가 적용하기로 했다. 전국 1,300여개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 발행규모는 올해(1조5,000억원)보다 5,000억원 확대해 2조원 이상 발행하기로 했다.
◇서울 등 도시에서도 ‘공유민박’ 허용
사회적 이해관계가 얽혀 더뎠던 규제개혁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현재 도시지역 거주자들은 외국인에게 집이나 방을 빌려줄 수 있다. 그러나 내국인에게는 서울ㆍ부산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제주ㆍ강릉 같은 관광 도시 내 거주자들이 가정집을 빌려주면 공중위생법상 불법이다. 정부는 도시지역 거주자들이 내국인에게 연간 180일 이내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공유민박 영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작년 12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차 국가관광전략회의’ 당시에도 공유민박 영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모텔ㆍ콘도 등 기존 숙박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전혀 진척을 내지 못한 바 있다.
동네의원(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 질환자에 대한 비대면 모니터링 시범사업도 추진된다. 나아가 스타트업 등 비(非)의료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서비스의 제공범위나 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연말까지 마련하고, 내년 1분기(1~3월) 중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적용사례집을 발간하기로 했다. 가령 보험사들은 웨어러블 기기나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당뇨, 심박수 등 가입자의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보험료를 깎아주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법상 의료행위인지 여부가 불명확해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에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2월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 바꾼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제도 등에 대한 속도조절 방안도 이번 경제정책방향에 명문화됐다. 먼저 정부는 내년 1월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 국회 논의를 거쳐 2월까지 법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최저임금 구간설정위’와 ‘최저임금 결정위’로 쪼개, 전문가들로만 꾸려진 구간설정위가 이듬해 최저임금 상ㆍ하한선을 먼저 결정하고 노ㆍ사ㆍ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가 이 범위 안에서 최저임금을 확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정부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내년 2월까지 입법 완료하고, 계도기간(올해 말)을 입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추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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