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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지도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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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지도자 아니다”

입력
2018.12.18 0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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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컵 우승 직후 두 팔을 번쩍 들며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 박항서 감독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또 한 번의 기적에 도전한다. 하노이=연합뉴스
스즈키컵 우승 직후 두 팔을 번쩍 들며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 박항서 감독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또 한 번의 기적에 도전한다. 하노이=연합뉴스

박항서(59) 감독이 한국과 베트남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그를 잘 아는 축구인들은 “박 감독은 어느 날 아침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지도자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박항서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 코치로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보좌한 건 잘 알려진 사실. 당시 기술위원장으로 박 감독을 코치로 뽑았던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박 감독은 이미 좋은 스펙을 가진 지도자였다”고 했다. 박 감독은 1988년 럭키금성에서 은퇴한 뒤 친정 팀에서 1996년까지 코치를 맡았고 1997년부터 1999년까지는 수원 삼성에서 코치를 지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때 트레이너로 본선에 참가했다. 이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두 프로 클럽에서 연이어 코치를 하고 월드컵 경험까지 했다는 건 지도력이 검증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동메달에 그친 뒤 사퇴해 ‘야인’으로 지낼 때 포항 사령탑이던 최순호(56) 감독은 3년 선배인 그를 코치로 영입했다. 선후배 질서가 확실한 축구에서 감독보다 나이 많은 코치는 사상 처음이었다. 최순호 감독은 “2002년 월드컵에서 성공한 박 감독의 능력이 우리 팀에 도움될 거라 믿었고 실제로 와서 잘 해줬다”며 “박 감독이 카리스마 있고 강한 기질을 지녔는데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며 선수들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 지 학습이 잘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박항서 감독. 하노이=연합뉴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박항서 감독. 하노이=연합뉴스

‘박항서 매직’은 계속된다. 그의 눈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을 바라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100위 베트남은 아시안컵에서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는 이란(29위)을 비롯해 이라크(88위), 예멘(135위)과 한 조에 속해 있다.

24개국이 출전하는 아시안컵은 각 조 1,2위와 3위 6팀 중 성적이 좋은 상위 4팀이 16강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베트남은 이라크, 예멘과 조 2~3위를 다툴 전망이다. 베트남 팬들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준우승,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에 이어 얼마 전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을 달성한 박 감독이 UAE에서 또 한 번의 기적을 가져다 줄 거라 믿고 있다.

베트남공화국(자유월남) 시절이던 1956년과 1960년을 빼고 1976년 통일 이후 베트남이 아시안컵 본선에 참가한 건 2007년이 유일하다. 당시 베트남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함께 대회를 공동 개최한 개최국 자격이었다. 베트남은 개최국 4팀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번 UAE 대회는 베트남이 아시안컵 예선을 거쳐 자력으로 본선에 진출한 첫 대회다.

박 감독은 스즈키컵 우승 직후 “이 기쁨을 누릴 시간도 없다. 20일부터 아시안컵에 대비할 것”이라며 “아시안컵에서는 우리의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우리 대표팀은 평균 나이가 23.5세로 젊다. 머뭇거리지 않고 부딪힐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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