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계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경쟁자보다 한발이라도 앞서기 위해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등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LF는 공식 온라인 쇼핑몰 LF몰에 3차원(3D) 가상 피팅 서비스 ‘LF 마이핏’을 17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LF 마이핏은 옷 구매 시 사이즈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고객의 키, 몸무게, 체형 정보를 토대로 만든 아바타에 옷을 입혀볼 수 있게 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다. 온라인에선 가늠하기 어려운 사이즈 적합도와 길이, 핏, 실루엣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LF 관계자는 “단순히 가상의 이미지를 합성하는 것이 아닌 신체 사이즈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결괏값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국내 최초”라며 “서비스의 정확도와 속도 개선 작업을 계속해 완성도를 높이는 데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 피팅 서비스에는 2009년 설립된 3D 그래픽 의상 디자인 소프트웨어 전문 벤처기업 ‘클로버추얼패션’가 참여했다. 이 업체의 가상의류 소프트웨어 ‘클로’는 원단 재질과 물리적 특성을 디지털로 구현해 화면에 실물처럼 보여준다. 부정혁 클로버추얼패션 대표는 “여러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클로에 관심을 보인다”며 “머지않아 이러한 솔루션이 온라인 쇼핑몰의 필수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의 자회사 현대G&F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AI를 활용해 디자인한 의류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영캐주얼 브랜드 ‘SJYP’와 패션 AI 기술을 연구ㆍ개발하는 스타트업인 디자인노블이 손을 잡고 선보인 이 제품은 SJYP의 브랜드 로고, 캐릭터 ‘디노’의 이미지를 학습한 AI와 디자이너가 협업해 완성됐다. 이번 작업을 기획한 스티브 제이&요니피 디자이너는 “브랜드 로고와 캐릭터, 디자인 콘셉트 등 33만여개 이미지를 AI가 사전에 학습하고 이중 SJYP의 브랜드 정체성과 가장 유사한 블록 콘셉트를 채택했다”며 “이후 디자이너가 해당 콘셉트에 대한 추가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AI가 반영해 다시 디자인을 내놓는 작업을 수차례 거쳐 최종 결과물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섬 관계자는 “AI로 디자이너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성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AI를 활용하면 고객 개개인의 니즈에 맞춰 다양하고 신속하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패션과 접목한 기업도 등장했다. 스타트업 업체 실크로드는 데이터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와 유통, 소비자를 연결하는 패션 플랫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서로 다른 영역에 있던 패션업체와 서비스, 디자이너, 패션상품의 제조, 유통 등의 핵심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공유하고 패션 트렌드 분석과 신진 디자이너 발굴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대부분의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패션업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초기 단계다. 업체들이 ICT 기술을 도입해 선보이는 서비스들도 대체로 시범 단계여서 가시적인 효과나 성과가 나타나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희진 한국패션협회 사업2부장은 “패션업계는 빅데이터를 통한 수요 예측과 온라인 가상 피팅 서비스를 중심으로 디지털 생태계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변화를 시도하는 업체가 아직 많지는 않지만 예전 방식으로는 더 사업을 이끌어나갈 수 없다는 인식은 모두 공유하고 있고 디지털 전환 관련 연구도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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