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에게 강제로 성욕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를 하는 부모들도 많아요.”
발달장애 아들을 둔 권 모씨는 주변 장애인 자녀들의 부모로부터 성욕 억제를 위한 약물 치료 권유를 받았다. 부모들이 나이가 들면서 힘이 약해지면 건장한 발달장애 자녀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물 치료는 부모가 고령이 아니어도 발달장애인들의 성적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종종 쓰인다. 하지만 약물 치료는 성욕을 잠깐 잠재우는 임시방편일 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부작용도 있다. 권씨는 “약물 치료를 선뜻 하기 힘든 것은 약을 먹고 나서 걷지 못하는 아이들을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시적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문덕수 서울 어린이병원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성욕 억제를 위한 약물 치료는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과잉행동을 제어하는 것”이라며 “부작용이 하루를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발달 장애인의 성욕은 통제 대상이다. 발달 장애인은 성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였을 뿐 아니라 성욕을 추구할 기본권마저 박탈당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의도하지 않은 성 범죄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발달 장애인이 성 문제로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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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장애인들의 성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행 중이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합법적인 ‘성 도우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1980년대에 ‘섹시빌리티즈 베를린’이라는 민간단체(NGO)를 통해 합법적으로 성 도우미 서비스를 시작했다. 섹시빌리티즈 베를린은 장애인이 성적 어려움을 호소하면 여성 혹은 남성 도우미를 보낸다.
네덜란드는 장애인의 건강을 위해 성 돌봄이(플렉조그, Fleks Zorg), 선택적 인간관계 재단(SAR)을 통해 성 도우미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한다. 네덜란드의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아예 장애인들에게 건강한 성 생활을 위해 보조금까지 지급한다.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도 성 도우미 제도를 운영한다. 일본은 ‘화이트 핸즈(White Hands)’, 대만은 ‘천사의 손길(Hand Angel)’이라는 성 도우미 단체를 통해 장애인들의 성 문제를 지원한다. 2011년에 설립된 일본의 ‘화이트 핸즈’는 장애인들의 성 문제 해결을 위한 교범도 만들었다. 장애인이 성 문제를 호소하면 일정 비용을 받고 파견 나간 도우미가 교범에 따라 장애인에게 도움을 준다.
대만의 민간기구 ‘천사의 손길’은 지난해 BBC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천사의 손길은 장애인의 성을 돕기 위해 나선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됐다. BBC 보도에서 한 천사의 손길 봉사자는 “사람들은 장애인의 취업과 자립 등에 대해서만 생각할 뿐 성 추구권을 아예 생각하지 못한다“며 “성 도우미는 비장애인과 똑같이 성욕을 가진 장애인을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장애인의 성욕 해소를 돕는 ‘성 도우미’ 서비스가 있지만 합법적인 것은 아니고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암암리에 행해진다. 국내에서는 치료 목적의 성 도우미 서비스도 ‘성매매 특별법’에 저촉되는 불법이다. 그렇다보니 성 도우미 서비스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며 변종 성 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성매매 특별법과 별개로 장애인의 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성규 서울시립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들의 성 문제에 대해 사회적 고려가 필요하다”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장애인의 성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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