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협상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북한이 석탄을 가스화해 석유 대신 사용하는 기술 개발 및 실제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석유금수 제재를 견뎌내는 한편, 자력갱생을 내세운 경제건설을 뒷받침 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북한이 최근 몇 년간 석탄을 이용한 합성가스 생산 및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외교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석유의존도가 높은 비료, 철강, 시멘트 등 산업에서부터 석탄가스 사용을 늘려가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에너지 자원을 순환시켜 북한군에도 연료가 부족하지 않다”고 전했다.
북한의 석탄 가스화 정책은 대북제재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서울대에서 북한경제를 연구해온 피터 워드 교수는 “국제사회의 장기화한 제재에도 견딜 수 있도록 고안됐다”고 분석했다. 현재는 일부 산업에만 활용되고 있지만, 합성가스 대체율이 높아질수록 북한의 경제자립도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의 정제유, 비료, 유기화학제품 등 수입은 6차 핵실험으로 유엔 제재가 강화되기 이전부터 계속해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 가스화 기술은 동맹국인 중국의 지원을 받았다. 중국 기업들은 “북한의 합성가스 생산에 필요한 각종 기술과 전문인력을 제공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가운데 한 기업은 지난 7월 시간당 4만㎥의 석탄가스를 생산하는 대규모 설비를 평양 산업단지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틸러스 연구소의 북한 에너지 전문가 데이비드 폰 히펠은 “이렇게 생산한 가스가 전체 북한의 원유 및 정제 석유 수요량의 10%에 달한다”고 말했다.
물론 석탄 가스화는 획기적인 신기술은 아니다. 생산과정도 복잡하지 않다. 석탄에 물과 산소를 공급하는 동시에 고온으로 압력을 가하면, 석탄 성분이 합성가스로 전환되는 비교적 단순한 과정을 거친다. 북한의 기술력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최소 2~3년간 비핵화 없이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는 중요성을 갖는다.
이에 대해 최근 북한을 방문한 전문가들은 “물가와 전력공급이 안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 초 한국은행이 북한 경제가 3.5%가량 축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액화 석탄가스 생산으로 나름 안정을 회복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에는 총 147억톤의 석탄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 해 수출길이 막히면서 남아도는 석탄을 이용한 석탄가스 생산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왕구 기자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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