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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정의 독사만필(讀史漫筆)] 두만강 국제철교 ①

입력
2018.12.20 04:40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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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은 백두산에서 발원하여 한국 중국 러시아 국경을 감돌아 웅기 북방 서수라에서 동해로 흘러드는 긴 강이다(521㎞). 우리민족이 다수 거주하는 간도와 경계를 이루는데, 결빙기 외에는 뗏목이 성하고, 하구일대는 선박통행이 가능하다. 일제는 두만강연안 상삼봉 남양 훈융에 철교를 가설하여 한반도와 만주 철도를 직접 연결했다. ‘동북아철도공동체’를 구축하려면 두만강 국제철교의 내력을 알아야 한다.

1933년 7월 31일까지 상삼봉교라 불렸던 삼봉교는 함경북도 종성군 상삼봉(도문선)과 그 대안 간도성 용정시 개산둔(천도선) 사이에 가설되었는데, 철도 도로 병행이었다(전장 326m, 협궤 762mm). 1926년 10월 5일 착공하여 1927년 9월 30일 완공되고, 도로와 선로 사이에 위험방지용 철책을 설치했다.

일제와 중국은 오랜 기간 삼봉교건설을 논란한 끝에 1926년 6월 9일 세목협정을 맺고, 양국 공동사업으로 하되, 조선총독부가 설계와 감독 일체를 맡기로 했다. 조선총독부는 30만원을 들여 콘크리트와 철재로 교대 교각 교항(橋桁)을 축조했다. 연인원 2만 8,000명의 인부를 투입했는데, 결빙기에는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서 어름을 깨고, 해빙기에는 격렬하게 밀려오는 유빙을 제거하며 밤낮으로 공사를 계속하여 희생자가 속출했다. 1927년 10월 16일 개업식을 거행하고 11월 5일부터 도문선과 천도선의 연락운수를 개시했다. 두만강에 첫 국제철교가 개통되자 한만교류는 활발해진 반면 한국독립운동은 더욱 심한 탄압을 받았다.

삼봉교가설에 앞서 조선총독부는 1917년 11월 함경선 회령-청진 구간(95.5㎞, 표준궤 1,435mm)을 개통했다. 이어 일본기업이 1920년 4월 함경북도에서 도문선 회령-상삼봉 구간(40.4㎞, 협궤), 1923년 10월 간도에서 천도선 개산둔-용정 구간(60.6㎞, 협궤), 1924년 11월 용정-조양천-연길 구간(71.1㎞, 협궤)을 잇달아 개업했다. 간도는 우리민족이 개척한 지역으로 거점도시 용정에는 일본 총영사관이 설치되었다.

남만주철도주식회사는 만주국 수립 직후인 1933년 3월 경도선(京圖線, 신경-도문, 528㎞, 표준궤)을 개통하고, 도문선과 천도선을 매수하여 그 지선으로 삼는 한편, 1934년 4월까지 두 철도와 삼봉교를 표준궤로 개축하여 함경선과 접속시켰다. 한만철도가 동일궤간으로 연결됨으로써 동해를 가로질러 일본열도와 유라시아대륙을 가장 가깝고 빠르게 연결하는 간선이 새로 출현했다. 그러나 철도건설을 반대하는 항일무장투쟁도 치열하여 연선은 피로 물들었다.

1930년대 중반 이후 청진-신경 장거리 보통 국제열차가 삼봉교를 왕래했다. 상삼봉-개산둔-조양천 구간열차도 다녔다. 1938년 개산둔에 동만펄프공장이 들어서자 구간열차는 1일 4편에서 9편으로 늘었다. 개산둔은 인구 3만 도시로 성장하고 덩달아 상삼봉도 활기를 띠었다. 그렇지만 1934년 4월 이후 경성-목단강 나진-신경 나진-가목사 장거리 국제열차(보통·급행)가 남양교를 오가자 삼봉교는 지선철도의 국제교량으로 밀려났다.

일제패망 이후 두만강 국제철교는 쇠퇴일로를 걸었다. 1949년 이래 삼봉교의 열차왕래는 중단되고 지금은 침목과 레일마저 철거되어 도로만 남았다. 철도교항의 잔영이 국제철교의 초라한 운명을 증언할 뿐이다. 간도 조양천-개산둔 여객열차도 1996년 무렵 레일버스로, 2002년 화물열차로 바뀌었다가, 2011년 개산둔 펄프공장이 폐쇄되자 정지되었다. 개산둔 인구는 1,000명으로 줄고 상삼봉은 그보다 더 작은 오지 마을로 쪼그라들었다. 개산둔 언덕에서 북한 쪽을 바라보니 삼봉교를 이따금 왕래하는 오토바이 삼륜차 트럭과 상삼봉 세관을 가끔 들락거리는 병사 한두 명이 눈에 띨 뿐이었다. 2014년 이후 탈북자 증가와 단속 강화 등으로 국경의 긴장이 높아지자 개산둔에는 중국군이 주둔했다. 중국군의 검문에 시달리며 삼봉교 상류 삼합에 가서 회령을 조망해도 번성했던 모습은 간데없고 김 부자를 칭송하는 확성기소리만 우렁차게 들렸다.

중국은 2005년 회령 상류 무산철광(매장량 13억 톤, 동양 최대) 채굴권을 50년 동안 확보하고, 2013년부터 철광석 수송을 위해 화룡-남평진(42㎞) 철도와 남평진-무산 철교를 건설했다. 해방 후 처음 생긴 두만강 국제철교가 철광석 반출용이라니 가슴이 쓰렸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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