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직원임을 인증해야 들어갈 수 있는 건물 출입구를 직원들이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통과한다. 스마트폰을 어떤 각도로 들고 있든지 쳐다보기만 하면 그 즉시 잠금 상태가 풀리고, 수사기관은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에 잡힌 얼굴을 전과자 얼굴 데이터와 비교해 용의자를 특정한다. 특성과 패턴을 학습하는 인공지능(AI)이 발달함에 따라 이제 얼굴인식 기술은 일상에서 쉽게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기술이 됐다. 얼굴이 곧 신분증인 시대가 온 것이다.
얼굴인식은 지문ㆍ홍채ㆍ정맥 등 다른 생체인식에 비해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확성과 편리성 덕분이다. 지문 인식 오차율이 5만분의 1인 데 반해 현재 얼굴인식 오차율은 100만분의 1 수준이다. 특정 위치에 눈이나 손가락을 갖다 대야 하는 불편함도 없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020년이면 생체인식 시스템 시장이 2,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는데, 얼굴인식 시스템은 이 중 두 번째인 899억원 크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일이 손으로 찍던 특징점, 이제 AI가 대신
사실 얼굴인식 기술의 역사는 길다. 처음 컴퓨터를 사용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연구를 시작한 사람들은 1964년 미국의 수학자 우디 블레소와 헬렌 챈 울프, 찰스 비손이었다. 이들은 눈동자 중심과 입꼬리 등 얼굴에 있는 20여개의 특징점을 직접 표시한 뒤 이들 사이의 거리를 자동으로 계산해 두 사진의 유사성을 비교했다. 그러나 당시 기술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머리 방향이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조명, 표정이 변하거나 노화하면 컴퓨터가 같은 얼굴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7년 인공신경망 연구의 대가인 크리스토프 폰 데어 말스버그 교수와 독일의 보훔대 대학원생들이 미 육군 연구소 지원을 받아 개발한 얼굴인식 시스템은 독일의 은행과 공항에서 도입해 사용할 정도로 성능이 개선됐다. 사람의 뇌 구조를 닮은 인공신경망에 수없이 많은 자료를 학습시켜 수염이 생기거나 머리 모양이 바뀌더라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2006년이 되자 컴퓨터 알고리즘은 사람의 눈을 뛰어넘어 일란성 쌍둥이까지 구분해내기 시작했다. 당시 한 학자는 “현재의 얼굴인식 기술은 2002년보다 10배, 1995년보다는 100배나 정확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널리 사용되는 2차원(D) 얼굴인식은 입력된 영상에서 자동으로 얼굴 부위를 추출한 뒤 얼굴에 100여개의 점을 찍어 점들 사이의 거리ㆍ위치ㆍ크기 등 특징점을 분석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알고리즘은 △눈썹의 시작과 끝 △위ㆍ아래 눈꺼풀 △콧등과 코끝 △윗입술과 아랫입술, 입꼬리 등에 찍힌 점을 분석해 얼굴 생김새와 특징을 분석하고, 기존 데이터베이스에서 비슷한 정보를 가진 사진을 골라낸다. 최근에는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2D 방식을 사용할 경우 모자나 안경 등 액세서리를 착용한 경우나 조명이 어두운 경우, 정면이 아닌 옆모습인 경우, 표정 변화가 심한 경우 등에는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기업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보안기업 에스원은 출입 허가자를 등록할 때 정면과 측면, 위와 아래 얼굴을 각각 촬영해 알고리즘에 입력하도록 했다. 이를 학습한 딥러닝 AI는 어떤 각도 얼굴이 촬영되더라도 정면 얼굴을 유추해낸다. 에스원 관계자는 “KISA 인증 결과 에스원의 알고리즘은 조명, 얼굴각도, 표정, 액세서리 변화에도 인증 성공률이 99.9%에 달했다”고 말했다.
◇3D 센서로 더욱 정교해진 얼굴인식
적외선 등 3D 센서를 이용하는 3D 얼굴인식은 2D 기술의 단점을 보완해 더욱 완벽한 신분 증명 기능이 가능해졌다. 단순히 점 간의 거리가 아니라 눈구멍, 코, 턱의 윤곽 등 얼굴 표면의 독특한 특징 자체를 그대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은 뒤 그 결과물에 의존해야 하는 2D 방식과 달리 센서를 활용한 실시간 처리가 가능해 조명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옆모습은 물론 위와 아래 등 다양한 시야각에서 얼굴 식별이 가능하다.
센서를 이용한 3D 얼굴인식 기법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애플이 지난해 발표한 아이폰X에서부터 지문인식 대신 본인 확인 수단으로 내세운 ‘페이스ID’는 입체구조광(Structured LightㆍSL)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SL 방식은 특정한 직선이나 격자무늬와 같은 특정한 패턴의 레이저를 얼굴에 쏜 뒤, 얼굴 표면의 모양에 따라 패턴이 변형된 정도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직선 패턴 레이저가 얼굴에 닿는다면 코끝에서는 위로 볼록한 모양을, 인중에서는 아래로 볼록한 모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애플의 페이스ID는 점 3만개 이상을 투사하는 ‘로미오’ 센서와 이 패턴을 읽는 ‘줄리엣’ 센서의 합작품이다. AI는 대상 얼굴의 미세 질감을 계속 학습하기 때문에, 안경을 끼거나 수염이 난 모습을 보더라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한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차세대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또 다른 3D 얼굴인식 기법은 비행시간측정(Time of FlightㆍToF) 방식이라고 불린다. ToF는 레이저가 촬영 대상 표면에 닿았다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한 뒤 이미지 센서가 찍은 사진과 합성해 결과를 도출해낸다. 미세한 차이까지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속눈썹 한 올까지 인지할 수 있다. ToF는 SL 방식과 달리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대상도 인식이 가능해 한층 진화된 기술로 평가받는다.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에 탑재될 경우,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서비스에도 활용될 수 있다. 애플도 차기 신형 아이폰 후면에는 ToF를 탑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얼굴 정보는 개인정보를 보호해줄 수 있을까
얼굴인식 기술은 빠르게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인천공항에서 여권과 탑승권 없이 얼굴 인식만으로 출국이 가능해지고, 상당수의 CCTV에도 적용돼 미아 찾기와 범죄자 및 테러리스트 추적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얼굴 데이터가 주민등록번호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유출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인천공항 자동출입국심사 시스템 이용 건수가 2,300만 건에 달한 만큼, 정부는 이미 국민들의 지문과 얼굴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얼굴 데이터는 매우 민감한 데이터인 만큼 중앙 서버에서 일괄 관리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며 “최악의 상황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용되던 얼굴 정보가 개인의 사생활을 위협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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