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내부에서도 집단 휴∙폐원에 반대하며 온건한 대응을 주장해 온 지회장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립유치원 단체가 탄생했다. 새 유치원 단체에 동참하는 유치원 규모에 따라 전체 사립유치원의 약 80%가 가입해 있는 한유총의 대표성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유총 서울지회장이었던 박영란씨와 광주지회장이었던 백희숙씨, 서울의 한 유치원 설립자라는 장현국씨가 한사협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한유총과 달리 독자적인 한사협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는 얼마나 많은 유치원이 가입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립유치원 단체는 크게 두 곳으로 ‘유치원 3법’을 놓고 교육 당국과 맞서온 한유총과 전국사립유치원연합(전사연)이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두 단체 중 한유총에 가입한 사립유치원이 전체 4,200여개 중 3,100여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사연은 교회 등 단체∙법인이 운영하는 유치원들이 주로 가입해 있다.
한사협은 조만간 대표 1명이 추가 선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유총 경남∙충남지회장도 한사협 회원으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한사협 측은 정확한 숫자에 대해서는 언급을 계속 피했으나 “현재까지 회원 수는 총 1,000명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사협은 이날 성명에서 “교육 당국과 대립을 청산하고 협력 관계로 나아갈 것”이라면서 “미래의 주역인 유아를 최우선으로 두고 모든 결정을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장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집단휴원∙폐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전 한유총 서울지회장은 앞서 서울시교육청과 협상하겠다며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면담을 했다가 이에 반대하는 한유총 내 일부 회원들로부터 지속적인 협박을 받아 왔다. 이날 공식적인 발언을 최대한 아끼던 박 전 회장은 “휴대전화로 욕설이 너무 많이 들어와 번호를 바꾸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한사협은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한유총과 같은 태도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 도입과 관련해서 장 공동대표는 “현재 시스템은 사립유치원과 맞지 않는다”면서 “사립유치원에 맞는 에듀파인이 만들어지면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지원회계와 학부모부담금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회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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