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자 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올 3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졸업생 96명은 재학시절 남자 교사들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해당 교사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요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학생들은 창문에 ‘미투(#Me Too)’ 문구를, 교실 곳곳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폭로를 이어갔고, 결국 교사 18명이 성폭력으로 파면ㆍ정직 등 징계를 받았다. 용화여고 학생들이 불을 붙인 ‘스쿨 미투’는 전국으로 퍼져 지난 11월엔 35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전국 중고등학교에 만연한 학내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사회를 비범하게 바꾼 건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로 시작된 미투 바람이 더욱 거세질 수 있었던 건 일상에서 겪는 성폭력ㆍ성차별 문제를 폭로한 평범한 학생, 직장인 덕분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용기 있는 행동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일상 생활 속 위험을 재조명하고 다른 이들의 선행을 유도하기도 한다. 5월 12일 경기 화성시 제2서해안고속도로에서 중형차 한 대가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고 1.5㎞를 내달렸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은 모습을 발견한 건 그 옆을 지나던 스포츠카 운전자 한영탁(46)씨. 한씨는 중형차를 앞질러간 뒤 ‘급정지’해 대형사고를 막았다. 한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한국도로공사와 고속도로장학재단은 ‘고속도로 의인상’을 신설하기도 했다.
제주 난민 사태를 기점으로 사회 전반으로 퍼진 ‘외국인 혐오’를 조금이나마 개선한 것 역시 평범한 이의 용기였다. 스리랑카인 니말(39)씨는 불법체류자던 경북 군위군 불길 속에서 90대 할머니를 구한 공로로 이달 한국 영주권을 받았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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