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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지구촌 인물] 고립 17일 만에 13명 전원 기적의 생환... “맞서 싸우자” 굳은 다짐, 절망을 이겼다

입력
2018.12.24 18: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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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국 동굴 소년들과 코치

태국 치앙라이 탐루엉 동굴에 갇혀 있다가 구출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유소년 축구팀 소년들이 지난 7월 군의관인 팍 로한스훈(두 번째 줄 오른쪽 세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국 치앙라이 탐루엉 동굴에 갇혀 있다가 구출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유소년 축구팀 소년들이 지난 7월 군의관인 팍 로한스훈(두 번째 줄 오른쪽 세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몇 명이나 되니?”

“13명이요.”

지난 7월 2일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 매사이 지구 탐루엉 동굴 안. 영국 출신 잠수사의 발견으로 유소년 축구팀 선수 12명과 코치 1명은 실종 열흘 만에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적의 생환이었다.

이들은 지난 6월 23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관광 목적으로 탐루엉 동굴에 들어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갑자기 내린 비로 동굴 내 물이 차면서 고립된 것이다. 소년들을 이끌던 에카폴 찬타웡 코치는 구조된 이후 ABC와의 인터뷰에서 “동굴에 들어갔다 나오려고 하자 이미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잠수를 해서 나갈 수 있는 거리인지 직접 확인해봤지만 불가능했고, 그때 갇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코치와 선수들은 절망에 빠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맞서 싸우자’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물을 피해 경사지에 올라가 공간을 확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종유석에 맺힌 물방울을 마시며 버텼다. 이들이 비교적 건강하게 구조될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 7월 10일 이들은 태국 네이비실 대원들과 전 세계 각지에서 달려온 잠수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고립된 지 17일 만에 전원이 구조됐다. 생존자들이 동굴 입구로부터 5㎞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구조에는 큰 어려움이 따랐다. 물을 빼는 게 관건이었지만 야속하게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도 나왔다. 전직 태국 네이비실 군인은 작업 도중 산소 부족으로 숨졌다.

한편 현재 ‘기적의 현장’은 관광명소로 떠올라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됐다. 지난달 16일 탐루앙 동굴이 있는 탐루앙 툰남낭원 공원이 재개장한 이후 지금까지 수천 명이 넘는 관광객이 공원을 방문했다. 소년들이 갇혔던 동굴 내부는 출입이 금지된 상태지만, 축구팀의 무사 생환을 기념하고 구조 작업 중 목숨을 잃은 사만 쿠난을 추모하는 공간을 볼 수 있다.

동굴 입구에서 복권을 판매하는 비파 로마니추티마는 영국 가디언에 “이전에 여러 차례 동굴을 명소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축구팀이 구조된 뒤에 동굴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 됐다. 단순히 돈을 벌 수 있어서 행복한 게 아니다. 아름다운 공원을 알릴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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