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적폐 청산 피로감” 주장에도
사법농단 등 아직 갈 길 멀다 판단
개혁 완수 위해 조국 수석 재신임
“경제 등서 성과를” 목소리 커지자
학사ㆍ유치원 비리, 불공정 갑질 등
민생 연관 생활 적폐로 기조 변화
청와대는 촛불민심과의 약속에 따라 반칙과 특권을 일소하는 적폐 청산 과업을 내년에도 꾸준히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권력형 적폐 청산 작업은 상당 부분 진척됐다는 판단에 따라 향후에는 국민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생활 적폐 청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문재인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촛불민심의 요구에 따라 탄생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켜켜이 쌓인 적폐 청산 작업은 정권 말기까지 지켜야 할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밝혔다. 보수야당의 ‘정치 보복’ 내지 ‘적폐 청산 피로감’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법농단을 비롯한 새로운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쏟아져 나옴에 따라 민심이 요구했던 ‘온전한 적폐 청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청와대의 상황 인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조국 민정수석을 재신임한 것도 적폐 청산의 완수를 위해선 사법부를 비롯한 사법 전반의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고위공직자 검증 부실, 의전비서관 음주운전,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폭로전 등으로 야당의 사퇴 공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조 수석은 적폐 청산과 사법 개혁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신뢰가 아직 견고하다는 게 참모진의 중론이다.
다만 적폐 청산 작업을 지속할수록 제1야당과 갈등이 계속된다는 점은 청와대도 부담이다. 또 이제는 적폐 청산보다 민생ㆍ경제에서 성과를 내달라는 국민 여론이 커지는 상황도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농단 적폐 청산 작업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국민 생활에 체감하는 변화는 없었다는 지적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청와대는 민생 문제와 연관된 생활 적폐 청산 작업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청와대에서 주재한 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9대 생활 적폐 분야를 청산하겠다고 선언했다. 학사ㆍ유치원비리, 공공기관 채용비리, 불공정 갑질, 지역토착 등 국민들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로 적폐 청산의 기조를 변화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권력형 적폐 청산 작업을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ㆍ경수사권 조정 등 법과 제도를 바꾸는 문제는 국회 및 각 부처에 일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청와대가 생활 적폐 청산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 권력형 적폐 청산을 위한 사법개혁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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