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조사단, 화재원인 최종 발표]
결함 은폐 과징금 112억원ㆍ검찰 고발… 추가 리콜 등 대규모 제재할 수도
지난 여름 잇따른 주행 중 차량 화재로 물의를 빚은 BMW가 3년 전 이미 이런 위험을 감지하고 독일 본사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던 것으로 정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화재 원인이 일부 부품 문제라는 BMW의 해명과 달리 설계 자체의 결함이라는 판단도 나왔다. 정부는 BMW가 화재 위험을 은폐ㆍ축소하고 늑장 리콜했다고 최종 결론을 내리고, BMW코리아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했다. 또 기존 리콜 대상 차량 전부를 다시 리콜해 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국토교통부와 BMW 화재 관련 민관합동조사단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BMW 화재 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8월 한국교통안전공단 주도로 자동차ㆍ법률ㆍ소방ㆍ환경 분야 전문가 32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4개월에 걸쳐 양대 쟁점인 △화재 원인 △BMW의 사고 원인 은폐 여부를 조사한 성과물이다.
조사단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내 쿨러에서 냉각수가 샌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결론 냈다. EGR은 디젤 자동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고온의 배기가스를 식혀 흡기다기관을 통해 엔진으로 재순환시키는 장치다. 조사단은 EGR 쿨러 균열로 새어 나온 냉각수가 엔진오일 등과 섞여 EGR 쿨러, 흡기다기관 등에 달라붙어 있다가 섭씨 500도 이상 고온의 배기가스 유입 과정에서 과열ㆍ발화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BMW도 EGR 쿨러 균열에 따른 냉각수 누수를 화재 원인으로 제시했지만, 조사단은 균열을 촉발한 원인을 다르게 짚었다. EGR 부품 이상으로 냉각수가 샜다는 BMW 주장과 달리, 조사단은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끓는 보일링(boiling) 현상 △EGR 밸브 결함 및 경고시스템 미작동을 균열 요인으로 꼽았다. 박심수(고려대 교수) 공동 조사단장은 “보일링 현상이 지속될 경우 EGR 쿨러에 반복적으로 열충격이 가해져 균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실험 결과 BMW가 주장해온 요인으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특히 보일링은 정상적으로 설계된 자동차에선 발생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지적하며 EGR 설계 자체에 결함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BMW 주장과 달리 단순히 EGR 부품을 교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EGR 설계 당시 배기가스 냉각을 처리할 수 있는 열용량이 부족하게 설정됐거나, EGR를 열용량보다 과다 사용하도록 소프트웨어 등 장치가 설정됐다는 것이 조사단의 진단이다. 고온의 배기가스 유입량을 조절하는 EGR 밸브는 닫혀야 할 시점에 완전히 닫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차량 내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조작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BMW, 3년 전 화재 위험 확인 정황
조사단은 BMW가 이러한 결함을 사전에 알고도 이를 은폐ㆍ축소하고 늑장 리콜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7월에야 EGR 결함과 화재의 연관성을 파악했다는 BMW의 발표와 달리, 3년 전인 2015년 10월 독일 본사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EGR 설계변경 등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이듬해 11월엔 BMW 본사에 ‘흡기다기관 클레임 TF’가 구성돼 엔진 설계변경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부터 BMW 내부의 기술분석 자료나 정비이력 보고서 등에서 ‘EGR쿨러 균열’ ‘흡기다기관 천공 현상’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단은 BMW가 올해 상반기에 제출 의무가 있던 EGR 결함 및 흡기다기관 천공 관련 기술분석 자료를 153일 늦은 지난 9월에야 제출한 점도 문제 삼았다.
BMW가 7월과 9월에 시행한 리콜에 대해서도 늑장 대응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BMW는 지난 7월 520d 등 차량 10만6,317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면서도 같은 문제가 있는 EGR를 사용하는 일부 차량은 리콜하지 않다가, 조사단의 해명 요구를 받은 후인 9월에야 118d 등 6만5,763대에 대한 추가 리콜을 실시했다.
◇검찰 고발ㆍ과징금에 추가리콜 ‘철퇴’
국토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BMW코리아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제작자가 결함을 은폐ㆍ축소 또는 거짓 공개하거나 지체 없이 결함을 시정하지 않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늑장 리콜에 대해서는 112억7,664만원 규모의 과징금을 BMW에 부과하기로 했다. 과징금은 자동차관리법에 과징금 부과 조항이 신설된 2016년 6월 30일 이후 출시된 차량부터 적용돼 BMW 리콜 대상 차량 2만2,670대 매출액의 1%를 기준으로 매겨졌다.
정부는 이미 EGR 리콜이 이뤄진 65개 차종 17만2,080대에 대해 즉시 흡기다기관 교체를 위한 리콜을 요구했다. 또 조사단이 처음 확인한 EGR 보일링 현상과 EGR 밸브 경고시스템 문제는 BMW에 즉시 소명을 요구하고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를 통해 추가 리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소명에 대한 정부의 판단에 따라 대규모 추가 제재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BMW코리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흡기다기관 자체엔 설계 결함이 없으며 오로지 EGR 쿨러의 누수가 있는 경우에만 손상될 수 있다”며 “국토부가 화재 원인과 상관 없는 흡기다기관까지 교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화재 원인을 은폐하고 늑장 리콜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선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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